산업 대기업

노조 껴안는 삼성… 해고노동자와 처음 마주 앉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7 17:55

수정 2020.07.28 09:55

'무노조 경영 폐지' 선언 두달
협력사원 정찬희씨에 먼저 제안
계열사 전반 노사문제 변화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난 5월 무노조 경영 폐지 선언 이후 삼성이 27일 해고노동자와 처음으로 만남을 가졌다. 그동안 80년 넘게 이어져온 무노조 경영이 끝나면서 삼성이 해고노동자의 의견을 듣는 등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계열사 전반으로 대노조 기류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정훈 삼성전자서비스 상생협력팀장 상무는 이날 오후 경기 수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무실에서 정찬희 삼성전자서비스 해고노동자를 만났다.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집하던 삼성이 공식적으로 해고노동자와 직접 대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만남은 삼성전자서비스 측이 먼저 정씨에게 대화를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해고된 직원은 노조원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와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노조의 입장을 이해하고 성실히 대화하겠다는 차원에서 이번 만남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정씨는 협력사 근무 시절 해고됐으므로 정식 교섭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왔다. 정씨는 지난 2017년 협력사 대표 폭행 관련 민사소송 과정에서 해고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원이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으로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양측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앞으로 성실한 대화를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인식을 같이했다. 이 부회장이 올해 5월 '무노조 경영 철폐' 공식선언 이후 삼성 계열사 전반에 노조를 협상파트너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선 삼성 계열사 중 최초로 사장이 먼저 노조위원장에게 면담을 제의해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삼성이 노조를 협상의 카운터파트로 인정하면서 직접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이다.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도 5월 전격 합의를 통해 355일간의 강남역 철탑 고공농성을 멈추게 했다.
재계 안팎에선 이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지방침에 따른 실천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