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투자규모 46% 감소...벤처투자에 인색한 금융권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2 17:38

수정 2020.08.02 20:38

국내 전체 벤처투자 연평균 30% 성장 
금융기관 벤처투자 비중 13% 불과 
기존 예대마진 중심 수익원 변화 필요성 
손자회사 투자 제한 등 외부적 요인과 
금융사 내부 조직 재편, 지배구조 개선해 
벤처투자 활성화 목소리 
투자규모 46% 감소...벤처투자에 인색한 금융권
[파이낸셜뉴스]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과 달리 국내 금융권의 벤처투자 규모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예대마진 등 전통적인 수익동력이 악화되는 가운데 관련 법, 제도 개선과 내부 혁신 등을 통해 금융권 벤처투자를 활성화시켜 신규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과 저금리, 저물가 장기화 등에 따른 대체투자 수요 증가 등으로 지난 3년(2017년~2019년)간 국내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연평균 약 30%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금융기관의 벤처투자 규모는 지난 1년(2018년~2019년)간 약 1조원에서 약 5400억원으로 46% 감소했고, 전체 벤처펀드 출자금 중 약 13%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디지털 및 핀테크 등 시장 상황이 변하고 예대마진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수익동력이 악화되는 상황에도 금융권은 신규 수익원 창출이 가능한 벤처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지속으로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자산성장형 전략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고, 수익성 악화에 따라 기존 산업 모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향후 국내 금융권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 확대로 대출 중심의 기존 자산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벤처투자 관련 법, 제도의 개선과 금융권 내부의 조직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벤처투자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은행의 핀테크기업 소유제한은 개선됐지만 핀테크기업을 금융지주사의 손자회사로 허용하는 것이 명시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은행을 중심으로 한 벤처투자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지주사의 손자회사 투자제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은행은 벤처펀드 출자시 주식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 대해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받고 있고, 이는 건전성에 대한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내부등급법의 경우 상장주식 300%, 비상장주식 400%, 표준등급법의 경우 상장주식 100%, 비상장주식 150%를 적용해 다른 채권 대비 위험가중치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은행의 중금리대출이 증가하면서 신용리스크가 확대되는 측면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커진 위험가중자산 규모가 벤처투자로 더 확대될 수 있어 주식 익스포저 평가방식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관련 조직 재편과 전문인력 확보, 지배구조 개선 등 내부적인 운영효율성 제고와 관련한 주장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현재 팀 단위 관련 조직을 본부로 격상시켜 상무 이상의 최고책임자를 선임함으로써 의사결정의 독립성 및 책임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문인력 영입을 통해 투자은행 역량을 강화하되 은행 내부의 기업금융본부나 지주회사 자회사들과의 연계성을 높이는 등 그룹 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더욱이 경영진의 장기성과급을 지급함에 있어 벤처투자 규모 및 투자 성과를 연계시켜 평가하는 등 벤처투자와 관련한 은행 경영진의 인센티브를 제고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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