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저개발국에 의술 전파… 더 많은 생명 살리길" [fn이사람]

김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4 18:20

수정 2020.08.04 18:20

연세의료원 의료선교센터 박진용 소장
26개국 의료인 275명 초청 교육
"연수받은 의료진과 밀접 소통하며
상호지원 가능한 공동체 만들고파"
"저개발국에 의술 전파… 더 많은 생명 살리길" [fn이사람]
"사람을 키우는 것은 눈에 잘 띄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게 된다면 그만한 보람도 없다."

박진용 연세의료원 의료선교센터 소장(사진)은 매년 의료소외 국가 의료진이나 의대생들을 세브란스병원으로 초청해 전문분야 연수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의 선진화된 의술을 배운 이들이 각자 고국으로 돌아가서 선진기술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26개국의 의료인 275명이 연세의료원으로 초청돼 연수교육을 받았다. 특히 몽골에서 7년 동안 근무했던 박 소장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현재 몽골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교수나 연구원으로 일하며, 그들이 배웠던 것처럼 사람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박 소장이 이처럼 어려운 나라 곳곳에 의술을 베풀며 30년 가까운 세월 누구도 선택하기 어려운 길을 걸어온 데는 또 다른 사연이 있다.

1999년 4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주치의이던 고 허갑범 교수와 짧은 만남은 박 소장의 직업 목표를 바꿔놓았다.

당시는 박 소장이 몽골에서 연구활동을 하던 중 몽골 국립의과학대학에서 사용할 장비를 구하기 위해 잠시 귀국했을 때다. 한정된 예산으로 어떤 장비를 사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박 소장에게 허 교수는 "사람을 키우게. 사람을 키우면 돈과 장비는 저절로 따라온다네"라는 한마디 조언을 했다고 한다.

박 소장은 "허 교수님과의 만남 이후 사람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게 됐다"며 "곧장 몽골로 돌아가 몽골의과학대학에서 몽골대학원생을 선발해 직접 지도했다"고 했다.

박 소장의 또 다른 의술봉사 실천은 저개발국가 환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치료하는 일이다.

박 소장에게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2013년 마다가스카르 오지 마을의 다섯 살 여자아이 마리옹시를 만났을 때라고 한다.

마리옹시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인 마다가스카르 오지 마을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났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마리옹시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초청해 수술을 했다. 하지만 마리옹시의 병세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었고, 두 달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몇 달 뒤 연세의료원은 마다가스카르 보건부 장관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그는 "오지 마을 작은 아이에게 일어난 일인데, 한 나라의 장관이 감사장을 보냈다는 사실이 저희에게는 큰 감동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리옹시에 대해선 안타까움도 전했다.

박 소장은 현재 의료선교센터 활동에 대해 "다니는 곳마다 모두 좋은 분들을 만나게 돼 모든 일이 힘들지 않게 잘 진행됐다"고 했다.
이어 "어릴 적부터 비행기 타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래서 비행기를 타면 힘이 난다"며 밝게 웃었다.

박 소장의 최종 목표는 연수를 받은 저개발국가 의료진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상호지원을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모든 방법이 동원돼야 하고, 쉽지는 않을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