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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까슈끄지 암살 직후 해외 암살단 또 파견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7 15:38

수정 2020.08.07 15:38

지난 2016년 5월에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학교를 방문한 사드 알 자브리(오른쪽)와 그의 아들 오마르 알 자브리. 오마르 알 자브리는 지난 5월 사우디에서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로이터뉴스1
지난 2016년 5월에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학교를 방문한 사드 알 자브리(오른쪽)와 그의 아들 오마르 알 자브리. 오마르 알 자브리는 지난 5월 사우디에서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사우디아라비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018년 자말 까슈끄지의 터키 암살 직후 다른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또다시 해외 암살단을 파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사우디 출신 망명자 사드 알 자브리가 미국 워싱턴DC 순회 재판소에 접수한 민사소송 소장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자브리는 사우디 정부가 반복해서 자신을 암살하려 했고 이에 대해 고문과 해외 정부의 재판 없는 살인 행위를 적용할 수 있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자브리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조카이자 전임 왕세자였던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자의 심복이었다.
2015년에 즉위한 살만 국왕은 빈 나예프를 왕세자로 삼고 친아들 빈 살만을 부왕세자로 정했다. 이후 빈 살만은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군사 분야를 장악하면서 실질적인 사우디의 지배자로 떠올랐고 2017년에 빈 나예프를 몰아낸 뒤 왕세자에 올랐다. 내무장관이었던 빈 나예프 휘하에서 내무부 소장 계급까지 올랐던 자브리는 빈 나예프의 핵심 고문으로 활동했고 약 15년에 걸쳐 사우디 첩보 활동을 주도했다. 그는 빈 나예프의 실각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2017년 5월에 사우디를 떠나 캐나다에 망명했다.

자브리는 소장에서 빈 살만이 자신을 사우디로 다시 데려오기 위해 수차례 회유하다 모두 거절당하자 특별 암살조를 편성해 캐내다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자브리는 첫 번째 암살조가 2018년 10월 15일에 캐나다 토론토의 피어슨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 했으나 캐나다 당국의 의심으로 입국이 거부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우디는 미국을 통해 캐나다로 암살조를 보내는 방안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절대 왕권을 추구하는 빈 살만 왕세자가 무차별적으로 해외 암살을 지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빈 살만은 지난 3월에 빈 나예프 형제를 체포했으며 같은달 자브리의 두 자녀 역시 체포했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2018년 10월 2일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반정부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를 살해했다. 자브리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약 2주 만에 또다시 해외에서 암살극을 계획한 셈이다.
자브리의 소장에 기재된 피고인들 가운데는 사우드 알 카타니 궁정고문, 아메드 아시리 총정보국 부국장이 포함되었고 빈 살만의 자선단체를 운영하는 바데르 알 아사커도 들어있었다. 이들 3명 모두 앞서 카슈끄지 사건에서 기소된 인물들이다.
자브리는 문제의 암살조에 법의학 장비를 가진 2명의 법의학 전문가가 있었다며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 사건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죽인 뒤 시체를 해체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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