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념 대신 이익… 경제갈등, 한국사회 휩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9 17:54

수정 2020.08.09 19:23

시위 중심에 선 경제이슈
부동산 대책에서 인국공 사태까지
정책 반대하는 산발적 시위 급증
약자 목소리 대변하던 과거와 달리
개인이해 맞물린 '성토의 장'으로
태릉그린벨트 해제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서울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서 그린벨트 훼손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태릉그린벨트 해제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서울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서 그린벨트 훼손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집회가 변화하고 있다. 촛불집회, 태극기집회, 광우병시위 등 2000년대 한국사회를 뒤흔든 대규모 집회는 이념과 정치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1980년대 민주화 시위만큼 거대담론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연령·계층을 포괄하는 정치사회적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대책 반대 시위에서 보듯 정치·사회적 이념에서 개별 참가자의 이해관계로 집회 이슈가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경제적 이슈가 집회의 핵심 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23회에 이르는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불신을 받으면서 부동산 관련 집회는 더욱 힘을 받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주말 동안 서울과 수도권 각지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가 다수 열렸다. 이념과 정치 현안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경제적 이해가 선명한 집회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평가다.

특히 사회적 약자의 일방적 호소에 가까웠던 집회가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로 진화한 점이 눈길을 끈다. 임차인(세입자)이 아닌 임대인(집주인),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등이 거리로 나와 개별 정책의 문제점을 역설하고, 이해관계 없는 일부 시민들이 이에 동조 또는 반대하는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가장 주목받는 건 '부동산' 집회다. 매주 토요일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강력 항의하는 집회로 이달 1일과 8일 서울 여의도 여의나루역 인근에 1000여명이 모여 "세금폭탄 철회" "임대차3법 소급 절대 위헌"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부 부동산대책에 반대하는 집회는 이외에도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8·4 공급대책'에 따라 신규 택지가 가장 많이 공급될 예정인 서울 노원과 마포구가 대표적으로, 주민 일부가 이르면 9일부터 움직임에 돌입할 예정이다.

경기 과천에서도 8일 광장으로 활용되는 청사 유휴부지를 공공임대주택이 포함된 택지로 개발하는 것을 놓고 반대 집회가 열렸다. 반향에 따라 집회가 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한 데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자신이 사는 지역이 이른바 '임대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자리한다. 주민들 사이에선 거주지 인근에 공공임대주택이 대규모로 들어서면 상대적으로 재정여건이 떨어지는 주민 비중이 늘어나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렇다고 막무가내식 우기기로 일관하는 건 아니다. 지역별로 타 지역과의 형평성, 부족한 기간시설 현황, 광장 등 민주주의 공간의 확보 문제 등이 근거로 제시돼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논리에 기반한 주장과 비판이 개별 이해관계와 맞닿는 모습이다.

부동산뿐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보안검색직원 1902명을 일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침에 저항하는 '인국공 시위', 의사 확대양성 방침에 반발하는 의사 총파업 시위 등도 관심을 모은다. 특히 인국공 시위엔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20·30 취업준비생까지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구분이 명확한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발표한 게 부당하다는 비판이 공감대를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pen@fnnews.com 김성호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