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 역대 최악 홍수 피해, 정부 대북지원 속도낼까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2 15:15

수정 2020.08.12 15:37

최악이라던 2007년 보다 심각한 수해 예상돼
이번 집중호우로 北인구 5분의 1인 540만 피해
北 국제사회와 선진국 지원 의사에도 '묵묵부답'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있는 평성시 백송협동농장의 노동자들을 조명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사진=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있는 평성시 백송협동농장의 노동자들을 조명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의 수해가 역대 최악으로 알려졌던 2007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인도적 대북지원 검토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대북 수해 지원에 대해서도 인도적 대북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돼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이 적기에 이뤄진다면 문재인 정부가 바라는 남북관계 재건도 기대할 수 있어 정부도 대북지원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유엔(UN)을 비롯한 국제기구나 일부 국가들의 대북 지원 의지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있어 우리 정부의 지원 안(案)이 나오더라도 최근 남북관계나 자력갱생 의지 등을 고려해 받지 않거나 무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北 2007년 뛰어넘는 역대 최악의 홍수 피해 발생 전망돼"
지난 10일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최악의 홍수 피해가 발생한 2007년의 경우 약 7일간 500~700mm의 비가 왔었는데 올해 8월 호우 상황은 그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면서 북한 수해 지원을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속된 집중호우로 북한 전 지역에 수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같은 날 EU 집행위원회 산하 인도지원사무국(ECHO)이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태풍 4호 '하구핏'에 따른 집중호우와 강풍으로 북한 인구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540만명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내린 비에 따른 피해도 심각하지만 아직 올 비가 더 남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해 피해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수해가 심각하다는 것은 북한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을 현지 지도했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국제사회 지원의사에도 北 묵묵부답..南 대북 수해지원 10년 만에 이뤄지나
현재 일부 선진국들과 국제사회도 북한의 수해에 예의주시하면서 북한의 요청이 있다면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스웨덴과 캐나다 정부가 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지원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RFA에 따르면 스웨덴 외무부는 “스웨덴은 북한에 가장 큰 인도주의 기부국 중 하나고, (이번 수해 관련) 북한의 지원이 있을 경우 대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북한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고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큰 국가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큰물(홍수) 피해를 본 은파군 대청리 주민들에게 9일 '국무위원장 예비양곡'이 전달됐다고 밝혔다. 신문은 /사진=뉴스1화상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큰물(홍수) 피해를 본 은파군 대청리 주민들에게 9일 '국무위원장 예비양곡'이 전달됐다고 밝혔다. 신문은 /사진=뉴스1화상

캐나다는 외교·영사·교역 업무를 담당하는 글로벌사안부(GAC)를 통해 RFA에 "북한 수해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요구를 더 잘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해 인도주의 협력자들과 접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캐나다도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북한으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지원 요청이 있다면 적절한 지원을 결정하기 위해 현장의 인도주의 협력자들과 협조하겠다면서 지원 의사를 드러냈다.

다만 북한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의사에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필요할 경우 북한의 대응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엔은 (북한)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이 “북한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는 언급을 한 것을 고려하면 북한은 대표부를 운영하고 있는 뉴욕 채널을 통해 대북 지원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아직 국제사회가 내민 도움의 손길을 잡고 있지 않지만 정부의 대북지원이 성사돼 대북 수해지원에 이뤄질 경우 2010년 이후 10년 만의 지원이다. 지난 2010년 정부는 북한에 72억원 상당의 수해지원 물품 쌀·컵라면·시멘트를 지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한 간접 방식으로 북한 주민에 대한 1000만달러(약 120억원) 규모의 식량지원을 결정했다.
또 사실상 북한 민생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물물교환 형태의 '작은 교역'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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