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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광복회장 기념사 편가르기” 발끈…경축식 파행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5 22:24

수정 2020.08.16 00:49

김원웅 광복회장 ‘친일청산’ 기념사 대독…“애국가 작곡 안익태는 반역자”
“편향된 역사관·정치적 견해” 작심 비판…경축식 행정집행 재검토 발언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준비한 경축사를 생략한 뒤 김률근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한 유감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준비한 경축사를 생략한 뒤 김률근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한 유감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좌승훈 기자】 15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김률근 광복회 제주도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가 파행의 발단이었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광복절 행사에서 미리 준비했던 경축사를 생략하고, 즉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해 "제주도지사로서 내용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음을 밝힌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경축식이 항의와 고성으로 얼룩졌다.

김 지부장은 이날 “친일 청산은 국민의 명령” “이승만이 친일파와 결탁했다” “안익태는 민족반역자”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김 회장 기념사를 그대로 읽었다.
“친일·반민족 인사 69명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며 파묘도 주장했다.

김 회장의 축사는 이날 전국에서 열린 경축 기념식에서 각 지역 광복회 지부장을 통해 대독됐다.

미래통합당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원 지사는 이에 대해 "우리 국민의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라고 발끈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원 지사는 “태어나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거기에서 식민지의 신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 경로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지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갔던 게 죄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해방 정국을 거쳐서 김일성이 우리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고 왔을 때,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들과 국민들이 있다”며 “그분들 중에는 일본 군대에 복무를 했던 분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 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그 분들의 공과 과를 겸허하게 우리가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이어 “그 분들은 세계 최후진국에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노력, 민주화를 위한 많은 희생,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는 공도 있었고 과도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 75주년 맞은 광복절에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 나누어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돼야 하는 그런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조각내고, 우리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 광복절 경축식의 모든 행정 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도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 1109명 전원에게 국립묘지에서 친일·반민족 인사의 묘를 이장할 것인지, 만약 이장을 안 할 경우 묘지에 친일행적비를 세우는 국립묘지법 개정에 찬성할 것인지 물은 결과 더불어민주당도 과반수, 미래통합당도 과반수가 찬성했다"면서 "올해 가을 정기국회에서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리라고 믿는다”는 국립묘지법 개정 관련 김 회장의 기념사는 “정치적 견해가 담겨 있었다”며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특히 해당 발언을 하는 진행되는 동안 장내에는 몇 번씩 고성이 터져 나왔다. 원 지사의 발언이 끝난 뒤에는 박수로 분위기가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일부 참석자들이 “왜 친일을 옹호하나” “이념적인 발언하지 말라”고 강하게 항의하며 퇴장했다. 제주도의회 김용범 운영위원장(민주당)은 지사 발언에 항의한 후 퇴장했고, 문종태·양영식 의원(민주당)도 발언 중단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광복절인 오늘 아쉽게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자리로 변했다”며 “광복회나 원 지사가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진정한 광복이고 평화가 올 것”이라고 원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만세삼창에 앞서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망했다.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1주년이 되는 해다. 365일은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 만큼은, 이 시간 만큼은 선열들의 뜻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축식에서는 제주 출신으로 1930년 당시 전남 여수공립수산학교 재학 중 광주학생운동을 지지하는 동맹휴교를 계획하다 퇴학처분을 받았던 고 강봉근 선생에게 독립유공자 정부포상이 수여됐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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