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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홍콩과 3대 양자 협정 파기, 中 반격 가능할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0 13:56

수정 2020.08.20 13:56

지난 6월 29일 촬영된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 전경.로이터뉴스1
지난 6월 29일 촬영된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 전경.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미국 정부가 지난달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에 이어 범죄인 인도 등 홍콩과 맺었던 3개 협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 역시 대(對)중 압박의 연장이라고 보면서도 중국이 맞대응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들에 따르면 모간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발표에서 기존에 홍콩과 맺었던 “탈주범 인도, 국제 수형자 이송, 선박의 국제운항 수입에 대한 상호 세금 면제 협정”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 이번 조치는 중국이 홍콩인들의 자유를 파괴한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을 강행한 점에 대한 미국의 깊은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고 말했다. 같은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중국 공산당은 홍콩인의 자유와 자치권을 탄압하기로 선택했다"며 "중국 공산당의 조치 때문에 우리는 3개의 양자 협정을 종료하거나 중단한다"고 확인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지난 6월 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과 범죄자 인도 협정을 파기한 국가는 7개국으로 늘어났다.
홍콩 경찰은 이달 1일 보안법 위반 혐의로 미국 시민권자인 사무엘 추 홍콩민주위원회 이사를 포함해 6명의 해외 민주화 인사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미 노트르담 대학의 빅토리아 후이 정치학 교수는 “이번 국무부 조치는 모든 홍콩계 미국인과 홍콩의 자유를 논의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보안법 시행 이후 지난달 14일 홍콩 정상화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달 7일에도 홍콩의 정치적 자유 탄압을 이유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비롯해 홍콩과 중국 관리 11명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미국은 9월 25일 이후 미국에 수입되는 홍콩 제품에 원산지 표기를 중국산으로 적도록 했으며, 홍콩 외에도 화웨이 등 중국 IT 기업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등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은 이러한 압박에 뚜렷한 보복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에 외국 기업 제재 목록인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을 작성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18일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미 정부가 반도체 공급 차단에 나서는 상황에 대비해 애플과 퀄컴, 보잉 등 미 기업에 대한 보복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국적 시장조사업체 플레넘의 션 딩 애널리스트는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중국이 앞으로도 문제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와 싸우는 주요 방법의 하나가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을 중국에 붙잡아 두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중국 정부가 미국과 보복전을 벌여 미국 기업 유치에서 생기는 이익과 혁신을 잃어버릴까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싱크탱크 중국 무역경제협력연구소(CAITEC)의 메이신유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실체 명단이 “전투 준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제재에 맞서는 가장 유익한 접근법은 미국에 복수하기보다는 중국이 공급망이나 계약을 일방으로 끊어버리지 않는, 가장 믿음직한 공급처이자 구매자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조르그 부트케 주중유럽상공회의소 의장은 “중국은 여전히 일부 산업 공급망 부분에서 큰 공백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중국은 미국의 첨단 기술 투자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중국이 2017년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한국에 보복하며 전국적인 애국심 열풍을 조장했던 점도 언급했다. 뷔트케 의장은 “중국은 상황을 악화시키길 원하지 않으며 통로를 열어두길 원한다.
중국 입장에서 한번 제재를 가했다 되돌리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해명이 필요하므로 제재 철회 자체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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