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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도시공원에 14~15층 아파트…"민간특례 아닌 업자특혜"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4 13:30

수정 2020.09.04 13:42

오등봉·중부공원에 2228세대 아파트단지 조성
제주도, 재심의 결정 2주 만에 4일 재심의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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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이 추진 중인 오등봉공원 사업 조감도.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이 추진 중인 오등봉공원 사업 조감도.

【파이낸셜뉴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시 오등봉 근린공원과 건입동 중부 근린공원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민간특례사업에 대해 지역 환경단체가 민간특례가 아닌 업자 특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는 4일 도청에서 제19차 회의를 열고 제주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에 대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의 재심의를 진행했다. 지난 8월21일 제18차 회의에서 도시관리계획(비공원시설) 결정 변경안에 대해 2건 모두 재심의 결론을 내린 지 불과 2주 만이다.

■ 환경단체 “사업 강행 위한 졸속 심의…원점 재검토” 반발

이에 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도시계획위원회가 2주 만에 재심의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결국 두 도시공원의 민간특례사업 강행을 위한 것"이라며 “심의 절차를 중단하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재심의 자료는 이날 회의를 앞두고 불과 1주일 전에 작성된 것이어서 부실자료에 졸속 심의가 뻔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이번 심의는 제주도가 도시계획위원회에게 사실상 심의기능을 포기하고 사업 강행을 위해 협조하라는 통보와 다르지 않다"며 "위원회의 기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에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으로 들어설 아파트 사업규모는 무려 2228세대로, 엄청난 규모의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상황인데 사업규모만 보더라도 제주시 도심지역에 미칠 각종 영향이 적지 않다"면서 "주택 과잉공급, 부동산투기 발생, 생활쓰레기, 상·하수도 교통, 지역균형발전 정책 붕괴 등의 문제를 비롯해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안동우 제주시장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소 일환으로 추진 중인 오등봉·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fnDB
안동우 제주시장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소 일환으로 추진 중인 오등봉·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fnDB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부지를 매입한 후 70%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나머지는 아파트 단지 등 원하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도는 지난해 8월 수립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종합대책’에 따라 도내에선 처음으로 예산 부담이 큰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을 민간특례 사업을 통해 조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는 사유지 매입비 2029억원과 기반 정비 사업 240억원 등 총 2269억원의 재정 절감과 민간투자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이에 대해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의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은 대안이 없어서 이뤄지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제주도는 시간과 예산부족 문제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도시공원 민간특례를 하지 않고 도시공원 실시계획 인가만 받아도 실효는 5년간 유예된다"고 강조했다. 또 "부족한 예산은 불필요한 개발사업을 줄이고, 연기 가능한 사업들을 찾아내는 노력 등으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면서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다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해 실효를 막고 예산을 확보해 도시공원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와중에 도심 내 반드시 필요한 녹지와 숲을 파괴하고 토건 기득권의 사익을 대변하기 위한 개발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도시계획위원회는 이번 심의의 부당성을 인정해 심의를 중단하고 제대로 된 심의를 통해 사업의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오등봉 공원(제주시 오등동 76만4863㎡)에는 지하 3층~지상14층 규모·1432세대를, 중부공원(제주시 건입동 일원 21만4200㎡)에는 지하 1층~지상15층 규모·796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공동주택(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제안서 접수 공모 평가 결과, 우선협상대상자는 오등봉공원 사업에 청암기업㈜·㈜리헌기술단·대도종합건설㈜·미주종합건설㈜ 4개사가 참여하는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중부공원 사업에는 ㈜동인종합건설·금성종합건설㈜·㈜시티종합건설 3개사가 참여하는 제일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도시계획심의위는 앞서 제18차 회의에서 오등봉 공원에 대해 ▷도시경관을 고려한 1단지 배치계획 재검토 ▷오남로변 녹지축 연결 및 보행 공간 확보 ▷한천 집중호우시 안전시설·우수유출 방지시설 검토를 요구했다. 이와함께 공원 사유화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과 공공성 강화 방안을 최대한 확보할 것을 부대의견으로 제시했다.


중부공원에 대해서는 ▷비공원시설의 종류와 규모·입지 타당성 근거자료 제시 ▷비공원시설의 부문별 구체적 계획, 관련부서 협의내용과 근거자료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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