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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으로 일군 ICT기업 수십조 가치, 우물안 규제에 빛바랜다 [기회와 갈등, 두 얼굴의 온라인 플랫폼]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6 17:48

수정 2020.09.06 18:29

<1> 새 형태의 재벌기업
현대차 시총 앞선 네이버·카카오
매년 70∼50% 성장하는 배민
덩치 커지자 규제입법 쏟아져
글로벌기업과 역차별 논란도
혁신으로 일군 ICT기업 수십조 가치, 우물안 규제에 빛바랜다 [기회와 갈등, 두 얼굴의 온라인 플랫폼]
플랫폼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 비대면(언택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약 15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플랫폼기업인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제조업인 현대자동차를 앞지르는 등 모바일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업이 '애플리케이션 전성시대'를 연 양상이다. 하지만 정부가 연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할 것을 예고하는 등 플랫폼기업을 겨냥한 규제가 연달아 생기면서 규제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업계 측은 성급한 규제가 성장동력을 잃게 하거나 혁신적 서비스를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배민이 만든 '기회'


6일 와이즈앱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결제액이 약 1조원에 육박했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결제액은 약 6조4000억원, 한달간 결제자 수는 약 1504만명에 달한다.


배달의민족은 창업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자본금 3000만원으로 지난 2010년 세운 스타트업이다. 반년간 길거리와 쓰레기통을 뒤져 5만개 음식점 홍보전단지를 지난 2011년 앱으로 내놓은 것이 국내 배달앱의 시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앱 시장을 개척하면서 매년 70~80%의 고성장을 거듭했고, 지난해 글로벌 배달앱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합병(M&A)되면서 4조7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4600만명이 매일 사용하는 '국민SNS' 카카오톡의 시작도 단 4명이었다. 지난 2010년 3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4명이 개발한 카카오톡은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000만명, 이듬해 4000만명을 모으며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카카오는 포털 다음을 M&A하며 덩치를 키웠고, 게임·음악·웹툰·웹소설·동영상 등 콘텐츠 사업과 모빌리티와 핀테크(뱅크·페이) 등 신사업에 거침없이 진출하며 지난해 매출액 3조원 시대를 열었다.

네이버는 지난 2002년 내놓은 지식인으로 설립 3년 만에 야후, 다음을 제치고 포털사이트 1위에 올랐다. 네이버는 검색엔진 '첫눈'을 지난 2006년 인수하며 검색기술을 고도화한 뒤 뉴스뿐만 아니라 웹툰·웹소설·음원·브이라이브(동영상) 등 콘텐츠, 쇼핑, 테크핀(IT 기반의 금융), 클라우드, 로봇, 자율주행 등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포털사이트에서 지난해 매출 6조원, 올해 시가총액 약 54조원에 달하는 기술 플랫폼기업으로 진화했다. 네이버는 웹툰·브이라이브 등 콘텐츠 분야에서는 이미 북미,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휩쓸고 있다.

산업 커지자 규제리스크도 급증


플랫폼기업이 덩치를 키우자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플랫폼의 특성상 50% 이상의 시장지배력을 가진 이들이 새로운 산업을 진출할 때마다 기존 사업자가 반발하거나 골목상권 침해, 과도한 수수료 책정 등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문제는 KT 화재사고로 촉발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갑자기 일정 규모 이상의 인터넷·스타트업 기업이 포함되는 등 과잉입법이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IT기업을 겨냥한 규제는 국내 플랫폼기업만 옥죄고 있다.

넷플릭스가 통신사에 망이용료를 내지 않아 만들어진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 영상을 공유해 국민적 공분을 산 'n번방방지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결국 이 법 역시 국내 인터넷기업과 스타트업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가 국내 플랫폼기업만 잡는 사이 글로벌 기업이 기회를 잡은 트라우마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인터넷실명제가 시행되자 유튜브 시장점유율은 4.5%에서 2009년 말 27.9%로 급성장했고, 4년 뒤 2013년 63.5%로 국내 동영상 시장을 장악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시장 문제를 예단해서 규제를 하면 시장이 왜곡되거나 제도에 의한 경로의존성이 생겨 새로운 산업·시장 탄생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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