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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에 커진 리스크… 공모펀드까지 환매중단 불똥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8 17:40

수정 2020.09.09 11:17

H2O펀드 5000억 규모 환매 중단
채권 투자 해외펀드 규모 10조원
경기 침체에 부실 기업 늘어나며
해외 채권형 펀드 불안감 커져
"펀드 건전성 투자자 알길 없어"
금융당국·판매사 책임론도
코로나 장기화에 커진 리스크… 공모펀드까지 환매중단 불똥
영국계인 H2O자산운용의 채권형 펀드 환매연기 이슈가 불거지면서 해외채권형 펀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그동안 재테크 안전판으로 여겨졌던 해외 펀드로 불똥이 튀고 있다.

코로나19 리스크 커진 채권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해외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7조3081억원, 순자산은 7조9363억원에 달한다. 주식과 채권 등이 혼재된 해외혼합형 펀드(4조6841억원)를 더하면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해외펀드의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어간다.

이 중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1조1541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회사채가 주식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펀드런이 현실화될 경우 채권을 팔아 당장 현금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물론 채권 유통시장에서 매매가 가능하지만 비우량 채권일수록 매매가 저조할뿐더러 매매를 하더라도 낮은 가격에 내다팔다보니 손실이 커질 수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 역시 채권의 비유동성이 문제가 됐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금융시장청(AMF)은 특정 비상장 증권에 대한 주요 익스포저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해당 펀드의 가입 정지와 환수를 요청했다. 채권을 해당 펀드에서 분리해내는 이른바 비시장성 자산 분리(사이드포켓팅)를 진행해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경기침체, 기업 부실화 속에 기업들의 회사채는 디폴트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채권형펀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의 신용도는 예전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4분기 미국 기업 등급 강등이 414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등 해외 주요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도입한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이 일정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좀비기업 양산, 좀비기업의 회사채 발행 등 부작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공모형 해외펀드 환매 지연


최근 해외 펀드 지연 사태는 몇 달 간격으로 이어오고 있다. 특히 공모형 해외펀드의 환매 지연사태는 이번이 처음이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는 해외 사모펀드에 투자하지만 국내에선 공모형 펀드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공모형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렇다보니 금융당국이 해당 펀드의 운용전략, 투자대상을 면밀히 검토했는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당 펀드 자산의 건전성은 투자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면서 "펀드를 운용하는 키움투자자산운용과 국내 금융당국이 들여다봤어야 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해외사모펀드의 환매 사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해당 국가에서 조사가 진행되더라도 국내에서의 능동적인 실사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모펀드에 투자하는 국내펀드는 하나의 투자자일 뿐"이라며 "국내 운용사가 이후 해당 모펀드를 운용하는 글로벌 운용사에 지시나 요청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업 실패든 시가 하락이든 해외 운용사 일이라 (접근하기)어려운 문제"라며 "크로스보더 문제가 생기면 당국 입장에서도 관할지역이 아니어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깜깜이' 해외펀드 투자, 환매 연기 사태 번복

지난 3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설정·운용한 'US핀테크 부동산' 사모펀드에서도 디폴트가 발생했다. 이 역시 예정된 펀드 만기상환이 연기됐다. 판매된 펀드 규모는 약 30억원으로, 이중 30%에 대해 디폴트가 났으며 60%는 현금상환이 이뤄졌다.

디스커버리운용은 앞서 지난해 5월에도 펀드 환매연기 사태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문제가 발생한 디스커버리운용의 'US핀테크채권펀드'는 미국 다이렉트렌딩인베스트먼트(DLI)의 소상공인 대출펀드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였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 펀드는 투자처인 미국 헤지펀드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기준가 조작 등의 혐의로 SEC로부터 등록 취소 조치를 받아 환매가 중단된 바 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해외재간접 펀드의 규모는 36조원가량이다. 이 가운데 공모형이 12조6600억원, 사모형이 23조3600억원이다.
특히 공모형 펀드의 경우, 65%인 8조2300억원가량이 개인투자자들에게 팔렸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김현정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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