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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18년 전 실종아들, 용의자는 함께 아들 찾던 사촌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0 06:00

수정 2020.09.10 10:37

- 아들 찾아 마른 음식 한 봉지와 옷 두벌 들고 전국 떠돌아
- 그러나 집에서 불과 100m 이내에 묻힌 것으로 추정
2002년 중국 산둥성에서 실종된 싱싱의 포스터. 산둥상바오 캡쳐.
2002년 중국 산둥성에서 실종된 싱싱의 포스터. 산둥상바오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에서 18년 전 실종된 아들이 이웃에 사는 사촌에게 살해된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 아들은 부모의 집에서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0일 산둥상바오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지모구에 사는 왕리(가명) 부부의 당시 10살이던 아들 싱싱이 2002년 4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부부는 싱싱을 찾기 위해 전 재산을 다 털어 중국 대부분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래도 왕리 부부는 희망을 놓지 않고 언젠가는 싱싱이 집에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최근 왕리 부부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왕리의 사촌 왕모씨가 아이를 살해한 용의자로 붙잡혔다는 것이다.

사실 왕리는 그의 사촌을 의심하고 증거를 수집해왔다. 그러나 싱싱이 살해당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싱싱은 그가 살았던 집에서 불과 100m도 안되는 거리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2002년 4월6일 싱싱이 사라지기 직전 만난 이는 사촌 왕씨의 아들이었다. 두 아이는 학교에서 사이가 좋았으며 두 집은 불과 몇 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매일 만났다.

왕리는 싱싱 실종 이후 가장 먼저 왕씨를 떠올렸다. 하지만 왕씨의 집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집 밖으로 나온 왕씨는 마을 동쪽의 양돈장에서 놀고 있는 싱싱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기서도 싱싱의 어떤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왕리 부부와 싱싱의 학교, 마을 주민들까지 나서서 싱싱을 찾아 나섰다. 3일 동안 거리와 골목에 실종포스터를 붙이기도 했다. 이후 웨이팡, 지난, 더저우 등 산둥성 다른 도시를 넘어 중국 전역까지 활동 범위를 점차 넓혔다.

중국 산둥성에서 실종된 싱싱의 어머니가 2002년 당시 실종 포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산둥상바오 캡쳐.
중국 산둥성에서 실종된 싱싱의 어머니가 2002년 당시 실종 포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산둥상바오 캡쳐.

왕리는 마른 음식 한 봉지와 옷 두 벌만 들고 길을 따라 걸으며 싱싱을 애타게 불렀다. 또 오토바이를 구입했고 고장이 난 후엔 기차를 탔다. 아내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으며 친척과 친구에게 빌린 돈을 다 쓰면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충당했다.

이 과정에서 왕리는 여러 차례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돈과 휴대폰을 도둑맞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왕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촌 왕씨는 이따금씩 싱싱을 함께 찾아다니기도 했다.

싱싱이 실종되던 날 왕씨는 왕리에게 싱싱이 자신의 집에 온 적이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의 아들 말은 달랐다. 집에서 놀다가 아빠가 몸이 아프다며 누나를 찾아오라고 해서 나갔다 왔더니 싱싱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왕씨는 이미 2018년에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다. 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그러다가 올해 8월말 왕씨는 다시 경찰에 끌려갔다. 왕씨의 콘크리트 마당을 드릴로 뚫었더니 싱싱의 자전거가 발견된 것이다.

왕씨는 그제야 자신의 범행을 실토했다. 그날 아들을 내보낸 뒤 싱싱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노름과 술을 좋아하며 일을 하지 않던 왕씨가 자신들의 삶을 질투해서 벌인 일이라고 왕리는 생각했다.

경찰은 싱싱의 시신을 찾기 위해 왕씨의 진술을 토대로 마을 안쪽의 비교적 작고 얕은 연못 밑을 파고 있다.
왕리의 집과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2002년 실종된 싱싱의 자전거가 발견된 콘크리트 마당. 산둥상바오 캡쳐.
2002년 실종된 싱싱의 자전거가 발견된 콘크리트 마당. 산둥상바오 캡쳐.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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