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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향한 '규제의 칼' 거두고 신규 진입장벽 낮춰야" [급성장하는 온라인 플랫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9 17:50

수정 2020.09.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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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끝>  전문가 제언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에
시장경쟁하기도 전에 규제 지적
알고리즘 감시는 빅브라더 우려
논의 거쳐 객관적 기준 마련해야
"국내 기업 향한 '규제의 칼' 거두고 신규 진입장벽 낮춰야" [급성장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상반기 입법완료를 목표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작업에 돌입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와 테크핀(기술+금융), 업종별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등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이 늘어나자 공정위가 '디지털 경제 검찰'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학계와 법조계 등 정보기술(IT) 현안 및 경쟁법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포괄적인 사전규제보다는 사후에 이뤄지는 규율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입장에선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이 전부 외산업체다. 이 때문에 강력한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과 달리 한국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대항마들이 있다.
규제로 인해 국내 신규 시장을 키울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규제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서울대 임용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부산대 주진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가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과 관련, 우려를 표명했다. 인터넷·모바일 플랫폼 등 디지털 경제에서 시장 경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기존 기업은 물론 후발주자들의 발목까지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공정위가 플랫폼에 기존 경쟁법을 심도 있게 적용한 사건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제정안부터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우선 현재 디지털 경제를 둘러싼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명확한 위험 규명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이어 "기존 경쟁법 등으로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파악되면 전문가들과 심층 논의를 거쳐 스마트한 핀셋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쟁법학회에서 활동 중인 주진열 교수도 "정부는 객관적인 리스크부터 인식해야 규제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며 "특히 최근 논의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의 데이터 독점이 이용자들 후생을 실제로 감소시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주 교수는 이어 "정치적 이유로 경쟁법이 규제법이 되고,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규제당국이 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알고리즘 감시, 빅브라더 될 가능성↑


하지만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뿐 아니라 포털의 검색 알고리즘 관련 경쟁제한 행위까지 감시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자칫 정부가 디지털 경제 규제를 명분으로 스스로 '빅브라더(정보 독점으로 경제사회를 통제하는 권력)'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린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부문장)는 "국내 디지털 경제가 크기도 전에 뛸 수 없도록 전족을 씌우면 결국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인공지능(AI) 등 알고리즘 체계까지 개입하려는 것은 사회주의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주 교수는 "정부가 세부적인 알고리즘 체계에 대해 기술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EU에서도 구글에 유사한 제재를 취했지만 시행조치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사전규제로 산업장벽 높이면 안돼


공정위가 디지털 경제 검찰로서 현재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에서 무조건 외치는 '갑을관계' 프레임이나 '규제강화'에 대해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 교수는 "우선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프라이버시 보호 등 주요 이슈에 깨어 있어야 한다"며 "정부 역시 합리적 근거 없이 위험만 조장하는 여론에 휘둘리기보다는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친 객관적 기준을 가지고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도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정책 핵심은 신규 사업자 진입에 있다"며 "신규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 경제 산업 특성에 맞춰 더욱 유연한 사후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구 변호사 역시 "공정위의 역할은 독점구조는 막는 것"이라며 "규제는 최후에 보충수단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박소현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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