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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역설…경기침체로 페소 가치 상승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2 07:39

수정 2020.09.12 07:39

[파이낸셜뉴스]
필리핀 페소화가 경기침체 속에 올해 미국 달러에 대해 4% 가치가 급등했다. 2018년 9월 19일(현지시간) 마닐라에서 한 남성이 페소 뭉치를 들고 돈을 세고 있다. 로이터뉴스1
필리핀 페소화가 경기침체 속에 올해 미국 달러에 대해 4% 가치가 급등했다. 2018년 9월 19일(현지시간) 마닐라에서 한 남성이 페소 뭉치를 들고 돈을 세고 있다. 로이터뉴스1

필리핀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수입 감소 효과로 통화가치 상승이라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CNBC는 11일(이하 현지시간) 페소가 미국 달러에 대해 올들어 4% 평가절상돼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경기침체는 대개 통화가치 하락의 주된 요인이지만 필리핀 경제의 특성이 이같은 이례적인 현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코로나19 봉쇄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필리핀의 수입이 급감한 것이 배경이다.

필리핀은 전세계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가장 강력하고 긴 봉쇄에 나선 국가 가운데 하나다.

봉쇄가 길어져 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입이 크게 줄어든 반면 농수산물 위주인 수출은 계속 이어져 경상수지가 크게 개선된 것이 필리핀 페소 상승을 이끌고 있다.

필리핀은 가공무역보다는 농수산물 수출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수입이 줄면 수출 역시 동반하락하는 한국 등 산업국가들과는 경제 흐름이 다르다.

필리핀 ING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니컬러즈 마파는 "지속적인 수입 감소로 필리핀의 외환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필리핀 페소 가치 고공행진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파는 분석노트에서 "필리핀 페소는 필리핀이 지역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올들어 높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상승세를 타고 있다"면서 "이는 주로 수입이 감소한데 따른 것으로 이같은 흐름이 올해 4·4분기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또 수입이 줄어들면서 외환보유액 역시 증가해 페소 강세의 또 다른 바탕도 만들어둔 상태다.

그러나 경제는 사실상 쑥밭이 되고 있다.

필리핀 경제는 약 30년만에 처음으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고,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16.5%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심각한 침체를 겪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필리핀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4만8900명이 넘어 동남아 국가 가운데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사망자 수도 최소 4066명에 이른다.

페소가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오래 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피치솔루션스는 분석노트에서 미국의 11월 3일 대통령 선거 뒤 페소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면서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 비중을 축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피치는 장기적으로는 필리핀 경제가 다시 개방돼 활동을 재개하게 되면 수입이 늘어 페소 가치 하락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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