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식당 폐업에 중고만 쌓여가… 이자도 못내는 대출 어떻게 갚나" [현장르포]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0 17:33

수정 2020.09.20 19:10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
중고물품 쏟아지는데 수요 없어
이자 유예해줘 당장은 버티지만
나중에 한꺼번에 갚을 길 막막
은행, 파산 가능성에 관리 강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서울 황학동 시장에 위치한 한 중고 주방용품 가게를 찾은 시민이 주방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 상인은 "가게가 창업하는 등 순환이 계속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우리도 덩달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서울 황학동 시장에 위치한 한 중고 주방용품 가게를 찾은 시민이 주방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 상인은 "가게가 창업하는 등 순환이 계속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우리도 덩달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코로나19 이후 은행 대출이자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에서 이자 납부를 유예해줬지만 나중에 한꺼번에 갚을 일도 걱정이다.
"

지난 18일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만난 소상공인 A씨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이후 직격탄을 맞으면서 하루하루 은행 빚으로 겨우 버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나마도 은행이 금융당국의 요청에 못 이겨 2차례에 걸쳐 원리금 반환 연기와 이자 납부 유예조치를 한 탓에 급한 불을 끈 셈이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중에 원금은 고사하고 밀린 이자를 몽땅 갚기는 어려운 처지다.

은행도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소상공인은 사실상 부도 처리 대상으로 여기면서 '부실 시한폭탄'에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자칫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소상공인 대출이자 납부를 유예하는 기간이 더욱 길어지거나 아예 감면까지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주방기기 등 중고물품 쏟아져


지난 18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매출 감소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음식점 식기 및 주방가전을 취급하는 황학동에선 요즘 중고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식당들의 폐업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20년 동안 장사를 한 최원석씨는 "많이 들어오는 정도가 아니라 못 산다, 안 산다"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황학동 주방거리와 폐업한 식당을 연결하는 중간업자 '나까마'가 주방가전을 한 트럭 싣고 들어와도 깨끗한 것만 몇 개 산다는 것이다. 물건 공급에 비해 수요는 턱없이 적은 탓이다. 황학동 주방가구거리상인회장 이종철씨는 "지난해 이맘때쯤보다 매출의 50%가 떨어졌다"며 "원래는 30% 정도 감소했었는데 8월 들어 (감염이 확산되면서) 더 안 팔린다"고 말했다.

노래방 기기가 모이는 을지로 대림상가 역시 중고 마이크, 반주기, 동전교환기 등이 넘쳐난다. 상가의 한 노래방기기 업체에서 일하는 정모씨는 "코로나 전에는 폐업으로 인한 물건이 20~30%이고 나머지는 교체 건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폐업 물량이 계속 늘더니 요즘은 70~80%가 폐업으로 인한 매입"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인 서울중앙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에서 식료품·잡화점을 운영 중인 최봉근씨는 "코로나 때문에 매출의 반이 줄었는데 거리두기로 다 닫으면서 거기서 또 절반이 줄었다"며 가슴을 두드렸다.

소상공인 대출도 크게 증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상공인들의 은행대출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이 올해 3월 47조9074억원이었는데 지난 8월 말에는 51조7898억원으로 8%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이 7.4%, 개인 신용대출이 10.3% 늘었다. 신한은행 외에 다른 은행들도 코로나19 이후 개인 신용대출 다음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8월 말 기준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충당금은 7100억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 대출의 연체가 조금씩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자 유예 개인사업자대출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이자 납부유예 대출은 정상 대출로 간주돼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았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권에는 이자 납부유예 대출은 부실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고 예측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 납부상황을 보고 대출의 부실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데 현재는 이자 유예 때문에 선제적 관리가 어렵다"며 "결국 이자 유예를 신청한 소상공인들은 파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최근 대출의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충당금을 쌓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pride@fnnews.com 이병철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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