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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녹스 투자한 SKT, 제2의 니콜라 논란에 '불똥'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3 11:20

수정 2020.09.23 15:26

나녹스 주가 추이.
나녹스 주가 추이.
[파이낸셜뉴스]미국 '공매도' 세력인 머디워터스리서치가 이스라엘 의료장비 업체 나녹스를 '제2의 니콜라'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2대 주주로 있는 SK텔레콤에 불똥이 튀었다.

미국 수소전기차업체 니콜라가 사기 논란에 이어 창업자가 사임하는 등 거듭된 악재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이곳에 1억달러를 투자한 한화그룹 상장사 주가도 흔들린 만큼 SK텔레콤도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머디워터스리서치는 SK텔레콤이 투자한 의료장비 업체 나녹스에 대해 ‘니콜라보다 더 큰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머디워터스는 '중국판 스타벅스'를 꿈꾸던 루이싱커피의 회계장부 조작 의혹을 대대적으로 들춰 올해 6월 루이싱커피가 나스닥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는 단초를 제공해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이날 뉴욕증시 나녹스 주가는 개장 직후 20.22% 급락하며 하락세를 더 키웠다. 다만 종가는 전날보다 4.44% 오른 30.1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SK텔레콤 역시 오전 11시 27분 현재 5500원(-2.32%)하락한 23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머디워터스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나녹스는 주식 외에는 판매할 물건이 없는 회사"라며 "나녹스는 기업공모(IPO)에 나서면서 마치 니콜라처럼 가짜 데모 영상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고 밝혔다.

나녹스는 한국 SK텔레콤이 2대 주주로 참여한 의료장비 기업이다. 반도체를 이용해 X선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로 기존 엑스레이 장비보다 가격·성능이 개선된 의료장비 나녹스아크(Nanox.Arc)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구급차나 간이 진료소 또는 비행기에서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300만달러(약 273억원)를 투자해 나녹스 주식 260만주가량을 확보해 나녹스의 특수관계인(창업자 및 최고경영진)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스타트업과 협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녹스를 발굴하고 여러 차례 기술력을 검증한 후 투자했다면서, 향후 나녹스의 핵심 반도체 제조 공장을 한국에 건설하고 5G(5세대) 이동통신과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다양한 공동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나녹스는 SK텔레콤 외에 3~5대 주주로 요즈마그룹과 후지필름,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머디워터스는 "나녹스는 디지털 엑스레이 차세대 영상촬영기기(ARC)가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누군가의 흉부 사진을 가져가 조작한 데모 영상을 만든 후, SK텔레콤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냈다"며 제너럴모터스(GM) 투자를 이끌어낸 니콜라와 더불어 실체 없는 업체라고 언급했다.

'제2의 테슬라'로 각광받던 미국 전기수소트럭 회사인 니콜라도 공매도 전문 리서치 기관인 힌덴버그 리서치가 지난 10일 사기 업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간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이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면서 '니콜라의 기술은 실체가 없다'는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결국 지난 6월 9일 장중 93.99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21일 27.58달러를 기록하면서 70% 넘게 급감했다. '니콜라 신화'에 기대를 걸었던 한화솔루션과 국내 투자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화솔루션의 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는 총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해 2018년 말 미국 법인 '그린니콜라홀딩스'를 설립하고, 니콜라 지분 2213만주를 사들였다. 한화솔루션이 보유한 니콜라의 지분가치는 한 때 20억달러를 넘기면서 투자 '잭팟'을 터트렸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날 기준 한화솔루션의 보유 지분가치는 6억1000만달러로, 고점 대비 3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화그룹 상장사 주가도 흔들렸다. 한화가 4.56% 떨어졌고 한화솔루션(-2.79%), 한화솔루션우(-5.13%), 한화시스템(-5.53%) 등도 하락했다. 사기 논란이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한화는 16.75%, 한화솔루션은 22.23% 각각 떨어졌다.

이처럼 미 공매도 세력이 국내 기업이 투자한 성장 기술기업을 공격하면서 국내 기업과 ‘서학 개미’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지난달 나녹스 나스닥 상장 후 최근 한 달간 1억1732만달러(약 136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학개미들이 직구한 해외주식 종목 중 투자액으로 5번째 규모다. 전체 미국 종목 중 36번째로 많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40위), 인텔(44위)보다 높은 순위다.


니콜라 주식 역시 개인과 일부 기관 투자자를 합한 국내 투자자가 매수해 보유한 규모는 지난 21일 기준 1억5066만달러(약 1800억원)로 집계됐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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