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병원균 감염을 10분만에 피 한 방울로 알아낸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3 12:00

수정 2020.09.23 12:00

UNIST, 인체 혈관 모방한 신속 진단 기술 개발
다양한 바이러스에 적용 가능하고 저렴하게 현장 진단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이 개발한 '미세 유체 칩'에 혈액을 떨어뜨려 병원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이 개발한 '미세 유체 칩'에 혈액을 떨어뜨려 병원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인체의 면역반응을 모방한 '인공 혈관 칩'에 혈액 한 방울을 떨어뜨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여부를 즉석에서 진단하는 기술이 나왔다. 이 칩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감염 여부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검사기가 필요 없어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다. 연구진은 궁극적으로 5~10분 내에 감염여부를 진단하는 저렴한 휴대용 진단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 교수팀이 병원균 감염을 조기에 알아낼 수 있는 '미세 유체 칩'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진은 백혈구가 감염이 발생 부위로 이동하기 위해 혈관 내벽을 통과(혈관외유출)하는 과정에서 혈관 내벽에 붙는 현상을 모방했다. 개발한 칩의 관 벽면에는 감염때 혈관 내피세포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코팅돼 있다.

이 단백질은 혈액 속을 떠다니는 백혈구를 붙잡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환자의 혈액을 이 관에 흘리면 벽면에 달라붙는 백혈구 숫자가 건강한 사람에 비해 훨씬 많다. 이 백혈구는 저배율의 광학현미경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다.

검사 시간은 10분 내외로 짧다. 또 감염된지 1시간 이내인 감염 극초기에도 알아 낼 수 있어 증상 없는 잠복기 환자를 빨리 선별할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이 개발한 '미세 유체 칩'속 관에 혈액이 지나가면서 백혈구가 달라붙는지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건강한 사람의 경우 부착된 백혈구 숫자가 적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이 개발한 '미세 유체 칩'속 관에 혈액이 지나가면서 백혈구가 달라붙는지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건강한 사람의 경우 부착된 백혈구 숫자가 적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강주헌 교수는 "기존의 혈액 배양이나 PCR검사 방법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진단 결과를 알 수 있고, 진단에 필요한 광학현미경도 이미지 확대에 필요한 배율이 낮아 스마트폰에 장착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공동 1저자인 아만졸 커마쉐브 연구원은 "면역반응은 원인균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세균, 바이러스 감염여부 진단에 쓸 수 있고, 감염병 뿐만 아니라 암 조기 진단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항생제 저항성 세균에 감염된 쥐로 개발된 미세 유체 칩의 성능을 실험했다. 실험결과 감염된 쥐의 혈액 한 방울(50㎕)을 미세유체 칩에 넣자 정상 쥐의 혈액보다 더 많은 양의 백혈구가 유체 관 벽면에 붙었다. 또 감염 된지 1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초기에도 정상 쥐와 비교해 더 많은 양의 백혈구가 붙었다.
이는 감염 환자 조기 선별이 가능한 대목이다.

강 교수는 "인체에도 동일한 면역 시스템이 있고, 인간의 백혈구는 실험에 사용된 쥐보다 수천배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며 "병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환자를 선별하는 임상 연구를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엘스비어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세계적 학술지인 '바이오센서&바이오일렉트로닉스'에 8월 29일자로 온라인 공개돼 출판을 앞두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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