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美·유럽, 가상자산 제도화 속도… 한국은 사행산업 취급 ‘뒷전’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7 16:42

수정 2020.09.27 18:07

와이오밍주 SPDI 전문은행 탄생
EU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도 추진
국내선 제도권 편입 노력은 커녕
특금법 통해 자금세탁방지 부과
디지털 경제 추세 뒤쳐질 우려도
美·유럽, 가상자산 제도화 속도… 한국은 사행산업 취급 ‘뒷전’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과 디지털위안 발행에 본격 나서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도 블록체인·가상자산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디지털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디지털 경제체제를 갖추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가상자산 산업을 사행성 산업과 동일시하며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어 자칫 글로벌 디지털 경제 추세에 뒤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美, 가상자산 관련 입법·허가 이어져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사업 허가가 잇따르고 있다.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은 지난 7월 기존 은행들에 대한 가상자산 수탁서비스를 허용한데 이어 최근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업체의 준비자산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와이오밍주는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을 특수목적예금기관(Special Purpose Depository Institution, SPDI)으로 인가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 전문은행이 탄생했다. 크라켄에 이어 아반티 파이낸셜 그룹도 와이오밍주에서 SPDI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아반티은행&트러스트'라는 이름으로 가상자산 은행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 달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미국 하원의 마이클 코너웨이(Michael Conaway)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연방 법 테두리로 편입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상품 거래소 법안 2020년(DCEA)'을 제출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은 디지털 통화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마련하게 된다.

EU, 2024년 가상자산 제도 마련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게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법적 지위를 제공해야 한다며, 기상자산에 대한 입법을 제안했다. 또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결제 전략을 포함한 '디지털 금융 정책'을 공식 발의했다. 이는 EC가 가상자산에 대한 입법 제안을 한 최초의 사례다. 법안은 EU의회와 EU이사회를 통과하면 시행절차에 돌입한다.

앞서 EU는 2024년까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관련 규제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국제 송금에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국내선 여전히 사행산업 취급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가상자산 산업 육성 전략이 없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언론에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내년 3월 시행될 개정)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목적일 뿐,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금융사업의 지위를 부여하거나 제도권 금융회사로 편입하는 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개정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을 계기로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개정 특금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직접 사용자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한다는 파이낸셜뉴스 보도(본지 2020년 9월 14일자 17면 참조)에 대해 "특금법은 카지노사업자 등 비금융회사에도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한다"고 반박하며 나온 입장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세계 각국이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키고 정책기반을 만들어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발생 가능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차단하려는 노력을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며 "우리 정부는 가상자산 산업을 무조건 틀어막으려고만 하고 있어 자칫 디지털 경제로 재편되는 글로벌 경제 체제에 뒤떨어질 것이 걱정된다"고 아쉬움을 나타났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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