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화 안받는 재택근무 공무원들, 복무규정 있으나마나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04 11:07

수정 2020.10.04 14:10

공무원 교대 재택근무 실시..전화 연결 어려워
인사처, 규정 마련했지만 "전환 분위기 정착 안돼"
[파이낸셜뉴스]
정부세종청사 전경. 뉴시스
정부세종청사 전경. 뉴시스
#공공기관 직원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업무협의를 위해 평소 연락을 주고받던 중앙부처 공무원 B씨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재택이란 이유로 통화를 하지 못한 것이다. 사무실에 남아있던 다른 공무원은 B씨가 재택근무 중이어서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4일 인사혁신처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재택근무 규정에 따르면 재택근무 공무원은 사무실 업무 전화를 개인번호로 착신 전환해 둬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이같은 문화가 자리잡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번호가 노출될 가능성도 있는 터라 꺼리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착신전환은, 사무실 번호로 전화가 오면 개인 휴대전화로 연결되는 기능이다. 방법도 간단하다. 사무실 전화에 휴대번호를 입력해두고 착신 버튼을 누르면 된다.

공공기관 직원 A씨는 "재택근무를 핑계로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휴가와 다를 게 없지 않냐"며 "전화를 받은 공무원도 재택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나와 당황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 공무원들은 착신 전환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답했다. 중앙부처 사무관 C씨는 "타 부처와 업무 협조로 할 일이 많다"며 "최근 전화를 걸어도 재택이란 이유로 통화가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경험을 들려줬다. 이어 "빠른 회신이 필요한 일이 많은데, 착신 전환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도 '깜빡한 것 같다'는 대답만 돌아와 짜증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재택근무 지침에 포함된 착신전환 내용이 조직 곳곳에 제대로 퍼지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다. 주무관 D씨는 착신전환 규정을 본 적 있냐는 질문에 "그런 내용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착신 전환을) 잘 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직 전환을 해둬야한다는 인식 자체가 자리 잡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개인번호 노출을 꺼리는 탓에 착신전환을 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착신 전환된 전화를 받은 뒤 상대방에게 다시 전화를 걸면 개인번호가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업무에 따라 악성민원에 골치를 썩을 때가 있다"고 운을 뗀 서기관 E씨는 "내 휴대전화에 악성민원 전화가 온다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사무실 번호로 콜백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중앙부처는 인사처 복무지침에 따라 일정 비율을 정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악성민원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사무실 번호로) 콜백이 가능한 시스템은 인사처가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방역 당국의 새 지침이 추가될 때마다 기존 지침도 함께 첨부해 반복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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