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스토리와인]토종 와인이 주는 묘한 떨림.. 포르투갈 보석 함께 찾아보실래요?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4 16:04

수정 2021.02.03 21:24

와인리뷰 포르투갈 토종품종 와인 13종 시음회
들쭉날쭉한 품질 속 보석같은 와인 발견하는 기쁨 최고
와인리뷰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남산와이너리에서 개최한 포르투갈 와인 시음회에 선보인 와인들이 서빙에 앞서 한지리에 모여 있다.
와인리뷰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남산와이너리에서 개최한 포르투갈 와인 시음회에 선보인 와인들이 서빙에 앞서 한지리에 모여 있다.


[파이낸셜뉴스] 끝없이 바닥을 향해 몸을 내리꽂다가 갑자기 하늘로 치솟는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가 생각났다. 그 나라만의 토종 포도품종을 사용해 만드는 와인을 접할때마다 드는 느낌이다. 이탈리아 남부 지역의 와인들이 그랬고 최근 한자리에 모아 놓고 마셔 본 포르투갈 와인들이 또 그랬다.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샤르도네 등 이런 국제 품종이 아닌 그 지역만의 토종 품종으로 만든 와인들은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균형이 잘 맞아 떨어지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그러나 가끔씩 눈이 번쩍 떠질 만큼 독특한 개성과 구조감을 잘 갖춘 보석같은 와인이 툭툭 튀어나올때가 있는데 그 때의 감동은 아주 특별하다.

프랑스, 이탈리아 중북부, 스페인 등에서 나는 와인들은 워낙 대중적이고 잘 만들기 때문에 마치 잘 포장된 고속도로를 가감속하며 달리는 안정감이 있다면, 전혀 들어보지 못한 토종 품종을 사용하고 빈티지조차 잘 표기하지 않는 포르투갈 와인은 그 들쭉날쭉한 품질이 딱 롤러코스터에 오르는 묘한 떨림을 준다.

지난 13일 와인리뷰가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경리단길에 위치한 '남산 와이너리'에서 포르투갈 와인 시음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마누엘 곤쌀브스 드 제수스 포르투갈 대사와 주아나 부스타만트 바후스 경제상무관이 직접 참석해 한국에 포르투갈 와인과 식문화를 소개했다.

이날 시음회에 선보인 와인은 화이트 와인 5종, 레드 와인 5종, 디저트 와인 3종 등 총 13개 와인이다. 거의 대부분이 토종 품종을 사용해 만드는 와인들로 하나같이 독특한 개성을 자랑했다. 전체적으로는 화이트 와인의 경우 기본적으로 산도가 좋아 청량감을 주는 와인이 많았다. 특히 바스퀘이라 리제르바 다 파밀리아는 고급스런 질감에 진한 이스트 향은 아주 일품이었다. 또 까잘 가르시아 비노 베르데 화이트는 입속에서 요동치는 쨍한 산도와 꽃향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레드 와인은 구조감이 부족하고 신선한 맛이 떨어져 전형적인 포르투갈 와인의 느낌을 줬다. 물론 쉐리, 포트와인으로 대변되는 디저트 와인은 더할나위 없이 정말 훌륭했다. 특히 꼬냑으로 사용한 프리바다 모스카델 데 세투발 꼬냑은 디저트 와인의 정점을 떠오르게 했다.

이날 나온 각 와인의 느낌을 적는다.

포르투갈 마누엘 곤쌀브스 드 제수스 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포르투갈 마누엘 곤쌀브스 드 제수스 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위쪽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순서대로 서빙된 와인들.
위쪽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순서대로 서빙된 와인들.


■까잘 가르시아 비노 베르데 화이트(Casal Garcia Vinho Verde White)
옅은 녹색이 가미된 화이트 와인으로 약간의 기포를 포함하고 있다. 잔을 가까이 하면 풋사과와 흰꽃향이 주는 첫 인상이 아주 좋다. 트라자두라 등 포르투갈 토종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으로 국제품종인 쇼비뇽 블랑과도 살짝 닮아 있다. 입에 넣어보면 쨍한 산도가 먼저 반기는데 이게 다가 아니다. 와인을 삼키고도 한참동안 입안에 침이 계속 고일 정도다. 알코올 도수 9.5%에서 발효를 중단해 약간의 잔당이 있다고 하지만 워낙 산도가 좋아 단맛을 느끼기 힘들다. 비린내 나는 생선도 충분히 이겨낼 좋은 와인이다. 올빈와인 수입.

■쿠티멘타 알바리뇨
금색빛이 도는 진한 색깔이 인상적인 와인이다. 포도 껍질을 하루정도 담가놓은 오렌지 와인 계열이지만 의외로 윤기가 흐른다. 잘 알려진 품종인 알바리뇨 기반의 와인으로 절제된 과일향 속에 잘익은 서양배와 열대과일 향이 감춰져 있다. 질감은 중간이나 조금 더 무거운 정도다. 입에 넣었을때는 과실 향도, 산도도 다소 약하지만 와인이 사라진 뒤에 산도가 계속 이어진다. 기품있는 좋은 와인이다. 남산와이너리 수입.

■포르타 6 비앙코(Porta 6 Branco)
연두빛이 가미된 옅은 볏집색의 와인으로 사과향과 약간의 꽃향이 좋다. 특히 약간의 페트롤 향이 섞여 있는데 리슬링과는 분명히 결이 다르다. 페트낭 피레스, 아린또 등 포르투갈 토종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다. 입에서 굴릴수록 리슬링과 닮아 있지만 산도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레뱅드매일 수입.

■가르다 리오 화이트(Guarda Rios White)
토종 품종인 안타오바즈 80%, 아린토 20%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부드러운 질감과 중간 정도의 바디를 가지고 있지만 과실향이 너무 절제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 산도도 높지 않다. 품질이 나쁘지 않은 와인인데 점잔을 빼도 너무 뺐다. 루나 수입.

라바스퀘이라 리제르바 다 파밀리아 화이트.
라바스퀘이라 리제르바 다 파밀리아 화이트.


■라바스퀘이라 리제르바 다 파밀리아 화이트(Monte da Ravasqueira Reserva da Familia White)
진한 녹색이 가미된 화이트 와인으로 국제품종인 비오니에(60%), 알바리뇨(40%)로 만들었다. 비오니에 특유의 고급스런 이스트 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일품이다. 잔에 코를 가져가면 아주 잘익은 서양배, 살구 등의 향에 망고 등의 열대향도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독특한 이스트 향이 아주 인상적이다. 입에 넣어보면 부드럽게 혀를 타고 미끄러지듯 흐른 뒤에 어느새 이스트 향을 발라 놓고 사라진다. 짜릿할 정도는 아니지만 좋은 산도도 갖추고 있는 고급스런 와인이다. 루나 수입.

파두스코 프라이비트.
파두스코 프라이비트.


■파두스코 프라이비트(Pardusco Prvt)
아주 옅은 루비빛을 가진 레드 와인으로 포르투갈 토종 레드 품종인 알바렐리요 90%를 기반으로 화이트 알바리뇨 10%가 섞어 만들었다. 잔을 코에 가져가면 붉은 과일을 기반으로 한 향이 올라오는데 멘시아 품종과 많이 닮아있다. 그러나 입에 넣는 순간 독특한 반전이 일어난다. 아주 옅은 질감의 피노 누아 같은 산도가 반기고 와인이 자취를 감출때쯤 타닌이 있는듯 없는듯 살짝 스쳐간다. 그러나 피노누아와는 완전히 다른 맛의 와인이다. 호불호가 완전히 갈릴듯하다. 남산와이너리 수입.

■포르타 6 틴토(Porta 6 Tinto)
포르투갈 토종 품종인 아라고네즈, 카스텔라오 등을 섞어 만든 와인으로 아주 진한 보랏빛을 띤다. 붉은 과실향을 기반으로 베지터블 노트와 후추 향도 느낄수 있다. 그러나 과실향은 다소 과숙한 느낌이 들고 알코올 향과 단 맛이 있다. 레뱅드매일 수입.

■도스 코파스 리제르바(Dos Copas Reserva)
검붉은 루비 색깔의 레드 와인으로 투리가 나시오날, 카스텔라옹 등 포르투갈 토종 품종으로 만들었다. 국내 수입사가 들여와 이마트에서 저가와인으로 히트를 친 제품이다. 제법 두꺼운 질감에 과실향이 좋으며 타닌도 좋다. 신세계L&B 수입.

■가르다 리오 레드(Guarda Rios Red)
포르투갈 토종 포도인 아르고네스에 시라 등이 블렌딩 된 와인이다. 옅은 루비빛을 띠며 잔에서는 잘 만들어진 까베르네 소비뇽 향이 올라온다. 그러나 입에 넣어보면 붉은 과실의 맛 지배적인데 약간 과숙된 느낌도 있다. 너티한 향도 있다. 질감은 아주 부드럽고 타닌은 스쳐가듯 금새 사라진다. 루나 수입.

■라바스퀘이라 리제르바 다 파밀리아 레드(Monte da Ravasqueira Reserva da Familia Red)
진한 루비빛을 띠며 윤기가 많이 나는 와인이다. 붉은 과일 향을 기반으로 민트가 섞인 향이 난다. 곱게 쪼개져 있는 다소 절제된 타닌이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충분히 매혹적이지는 않다. 루나 수입.

까잘 가르시아 스위트.
까잘 가르시아 스위트.


■까잘 가르시아 스위트(Casal Garcia Sweet)
옅은 볏짚색을 띠는 스위트 한 맛의 화이트 와인이다. 포르투갈 토종 품종인 트라자두라, 로우레이로 등으로 만들었다. 잔에서는 모스카또나 쇼비뇽 블랑의 두가지 느낌이 다 난다. 입에 넣어보면 단맛을 느낄 수 있지만 워낙 산도가 좋아 이를 중화시켜준다. 약간의 꿀향도 나는 와인으로 치킨과 함께 먹고 싶은 와인이다. 올빈와인 수입.

프리바다 모스카델 데 세투발 꼬냑.
프리바다 모스카델 데 세투발 꼬냑.


■프리바다 모스카델 데 세투발 꼬냑(Privada Moscatel de Setubal Cognac)
호박색 빛깔이 아주 예쁜 디저트 와인이다. 꼬냑으로 발효를 중지시킨 쉐리로 15년간 오크 숙성을 거쳐 출시되는 최고급 와인이다. 잔에 코를 가져가기도 전에 주변을 진동시키는 꿀향과 너트향, 과실 졸인 향이 일품이다. 입에 넣어보면 단맛이 강하지만 고급스럽고 산도가 워낙 좋아 입에 착 붙는다. 단맛을 신맛이 중화시킨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알코올 도수가 18%에 달하는 주정강화 와인임에도 자꾸 손이 잔으로 향하게 만든다. 올빈와인 수입.

■알람브레 모스까델 데 세투발(Alambre Moscatel de Setubal)
망고, 배 살구 향이 아주 좋은 디저트 와인이다. 특히 말린 망고향이 압도적이다.
상대적으로 너티한 맛은 적다. 잔을 입에 대보면 먼저 끈끈하게 달라붙는게 역시 디저트 와인임을 알 수있게 만든다.
알코올 도수가 17.5%임에도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좋은 와인이다. 올빈와인 수입.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