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안나푸르나 멋진 장관, 아들과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

김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4 08:57

수정 2020.10.25 10:19

고산병에 내려온 아들은 이틀 쉬고 조용히  ”아빠 다시 올라가자” 
‘완주 기네스 재발견’에 오른 박영준(운주초 5년) 
아빠따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까지 오른 박영준군. 영준이는 히말라야에 오기위해 손수레를 끌고 보길도를 다녀왔고 섬진강도 갔다왔다. 사진=박용민 제공
아빠따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까지 오른 박영준군. 영준이는 히말라야에 오기위해 손수레를 끌고 보길도를 다녀왔고 섬진강도 갔다왔다. 사진=박용민 제공


【파이낸셜뉴스 완주=김도우 기자】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게 여행이다. 4살 때 처음 위도(전북부안)를 데리고 갔다. 그런데 내가 더 재미있었다.
아이를 통해 삶의 동기를 찾았다. 그래서 특별한 여행을 생각했다.” (아빠 박용민)

“정상까지 오르고 싶었지만 고산병이 와 정상까지는 오르지 못했다. 아쉽게 도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많은 추억을 쌓아 가면서 여행을 하는 멋지고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아들 박영준)

20여년 다니던 직장(쌍용차)에 사표를 던진 50대 아빠와 초등학생 아들은 도보여행으로 히말라야를 다녀와 전북 완주군의 특이하고 가치 있는 별별 기록 ‘완주 기네스 재발견’ 에 오른 주인공들이다.

전북도청에서 1시간 30분 이동해 운주면에 사는 박용민(50·곶감농사), 박영준(12·운주초 5년)군 부자를 지난 23일 자택에서 만났다.

아빠와 함께 손수레를 끌고 섬진강 시작부터 끝까지 도보 여행을 하고, 네팔 히말라야에서 안나푸르나와 랑탕을 등반한 트래커라는 특이한 부자다.

영준이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봉사를 알게됐다. 사진=박용민
영준이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봉사를 알게됐다. 사진=박용민


2016년 6월 영준군은 아빠와 함께 손수레를 끌고 5일간 임실 강진 섬진강 댐에서 시작해 전남 광양까지 모두 156km의 거리를 걸었다.

임실, 순창, 남원, 곡성, 구례, 광양 등 6개 지역의 섬진강을 따라 하루에 30km 이상을 걸어야 하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2019년 2월 영준군은 아빠와 함께 한 달 일정으로 네팔 히말라야로 트래킹을 떠났다.

첫 번째 코스인 안나푸르나(4,130m)에서 3,230m까지 등반했다. 다음 랑탕(4,320m)에서도 4,200m까지 올랐다.

아빠 박용민씨는 2010년 6월 영준이 2살 때 귀농했다.

용민씨가 히말라야를 가기 위한 훈련으로 손수레를 택한 건 천천히 가기 위해서다. 또 짐이 있으니 빨리 갈 수도 없다.

어릴적 아버지가 태워준 기억도 더했다.

히말라야는 세상 사람을 두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 경계선이다. 히말라야를 경험하고 직접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아빠와 아들은 히말라야를 걸었다. 사진=박용민제공
히말라야는 세상 사람을 두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 경계선이다. 히말라야를 경험하고 직접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아빠와 아들은 히말라야를 걸었다. 사진=박용민제공


용민씨는 ‘산내들 희망캠프 협동조합’ 사무국장이다.

산악 전문가들이 만들어 네팔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네팔지진으로 봉사했던 학교가 무너진다. 6년 동안 복원했고 학교가 다시 세워진 날(2019년 2월) 영준이를 데리고 갔다.

영준이는 히말라야 여행으로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이 좋아졌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4,000m까지 올라갈 때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안나푸르나 2,600m 쯤 고산병이 왔다.

영준이는 “나 죽으면 엄마에게 잘해주라”는 12살 꼬마 말에 울컥했다.

베이스캠프에서 이틀 지나 “아빠 다시 올라갈까” 그래서 다시 올라갔고 결국 눈사태로 3,230m서 포기했다.

히말라야 랑탕은 가이드 없이 올라갔다. 랑탕을 다녀 온 후 카두만두 1주일 홈스테이는 영준에게 특별한 기억이 되었다.

아빠 용민씨는 “농사는 올해 잘못하면 내년에 잘하면 된다. 그런데 아이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여행 후 아들 영준군은 “아빠 함께한 시간은 자신감을 갖는 계기였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정복하는 것은 산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

아빠는 아들이 등산이란 행동과 산이라는 자연을 통해 사람들이 살아나가는 문제를 깊이 있고 담백하게 바라보기 원한다.


인생과 산은 빨리 가면서 자주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계속해서 천천히 전진하는 쪽이 더 좋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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