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2015년 정부 약속 미용성형 실태조사 "없었다" [김기자의 토요일]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4 10:00

수정 2020.10.24 10:00

2015년 보건당국 '연 1회 실태조사' 약속
미용성형 업계 "실태조사 없었다" 증언
보건당국 책임 방기, 성형사고 빈발로
올해 국감서 장관 "실태파악 하겠다"
[파이낸셜뉴스] 보건복지부가 2014년 드러난 ‘유령수술’ 사태 이후 연 1회 이상 미용성형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용 수술을 하는 성형외과에 전문 조사관을 파견하는 등 수술실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부적절한 미용수술로 국내외 환자 사망 등 의료사고는 꾸준히 발생했다. 정부가 당초 다짐과 달리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용성형 현장에서 유령수술 등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5년 2월 '수술 환자의 권리보호 및 안전관리 대폭 강화'라는 제하의 발표를 하고 연 1회 이상의 실태조사를 약속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미용성형 현장에서 유령수술 등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5년 2월 '수술 환자의 권리보호 및 안전관리 대폭 강화'라는 제하의 발표를 하고 연 1회 이상의 실태조사를 약속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 약속 실태조사, 현장에선 "없었다"
24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보건당국의 ‘성형외과 수술 의료기관 실태조사’가 지난 수년 간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용성형 실태조사는 2013년 강남 한복판 유명 성형외과에서 벌어진 삼척 여고생 사망사고와 2014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차원에서 이뤄진 실태조사 이후 보건당국이 직접 내놓은 대책이다. 복지부는 2015년 2월 “연간 1회 이상의 미용성형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조사가 있었는지를 묻는 본지 질의에 “감사·감독·검사에 관한 사항 등으로서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만한 정보”라며 비공개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본지가 의사회와 복수의 의료기관 및 성형외과 전문의 등에 연락을 취해 복지부의 조사가 있었는지 문의하자 “전혀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면적인 조사는 물론 성형사고 실태조사라고 할 만한 이렇다 할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의원급 병원 원장으로 일하는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십년 넘게 영업을 했는데 복지부에서 실태조사라고 나온 건 전혀 없었다”며 “(복지부가) 사고가 얼마나 나는지 알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회 임원을 거친 또 다른 전문의는 “실태조사는 나만 아니라 다른 의사들도 겪어본 적이 없다”며 “이슈가 됐을 때만 대책이라고 내놨지 복지부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개업의는 “수사기관까지 끼고 전면적으로 하면 몰라도 (복지부가) 전문적인 감독인력도 없고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는데 실태조사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도 법령을 만들고 서면으로나 어떻게든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현장에선 복지부의 노력을) 전혀 못 느꼈다”고 평가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올해 국감에 출석해 미용성형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다시금 약속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올해 국감에 출석해 미용성형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다시금 약속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박능후 "실태파악 강구" 약속··· 지켜질까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조사에서도 실태조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령수술 문제를 고발해온 김선웅 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를 참고인으로 세워 “보건복지부를 통해 확인하니 10년간 성형수술로 사망한 게 7건인데 (의사회가 작성한) 2018년 법무부장관 진정서를 보면 (사망자가) 200~300명으로 추정돼 차이가 크다”고 질의한 것이다.

이날 국감에선 보건당국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벌어진 부적절한 의료행위도 다수 언급됐다. ‘1명의 간호조무사에게 747건의 대리수술을 시킨 병원장이 자격정지 4개월만 받은 사례’, 최근 0.32%의 확률을 뚫고 재정신청이 인용돼 화제가 된 ‘권대희 사건’, 올해 초 생일을 맞아 성형관광을 왔다가 사망한 ‘홍콩 재벌 3세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권대희 사건은 혈액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소 3500cc 출혈을 보인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간호조무사가 의사 없는 수술실에서 30분 이상 지혈행위를 해 논란이 됐다. 홍콩 재벌 3세 사건의 경우엔 수술 전 기초적인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수술동의서를 병원이 멋대로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 6월 27일. ‘[단독] 정상치 10배 넘게 피 흘렸지만 '혈액 요청도 없었다'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근본적으로 2013년 성형사고와 차이가 없는 사건들이 거듭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가 책임을 다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성형사고가 감독미비로 지속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복지부도 실태파악이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복지위 의원들의 거듭된 질의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부서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일이고, 사망자 수 추정뿐만 아니라 이 분야 실태파악이 되도록 특별한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여러 도움을 받아가면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다시금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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