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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0조'發 상속세율 인하 재점화… 與 반발에 난항 예고 [꿈쩍않는 상속세율]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6 18:43

수정 2020.10.26 19:04

"국내기업 경영권 보호위해 필요"
세율 현실화 목소리 커졌지만
"상속세율 인하 논의 생각 없다"
작년 사후관리기간 단축 '생색'
'삼성 10조'發 상속세율 인하 재점화… 與 반발에 난항 예고 [꿈쩍않는 상속세율]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타계 후 상속 이슈가 불거지면서 정치권의 상속세율 인하 논의도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지분처분에 따른 경영권 위협 등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율을 국제 기준에 맞춰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가업승계를 부의 승계 논리로 바라보는 여당의 반대로 21대 국회에서도 상속세율 인하가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상속세율 인하 논의 불붙나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명목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은 2위다. 여기에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의 주식을 물려받을 때 붙는 최대 30%의 할증까지 더하면 최고세율은 65%까지 치솟는다.
그런데도 매년 국세수입에서 상속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상속하려는 금액이 많을수록 상속세 부담이 커지는 누진 구조여서 기업에 대한 징벌적 과세 성격이 짙다.

막대한 상속세를 조달하기 위해 보유지분을 매각하면서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67년 창업한 국내 1위 종자업체 농우바이오는 창업주 별세 후 유족들이 12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농협경제지주에 회사를 매각했다. 고인이 생전 소득세를 부담하면서 모은 자산에 또다시 고율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이중과세 논란도 뜨겁다.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정치권에선 상속세율 인하 논의가 수면 위로 다시 올랐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대한민국의 상속세율, 과연 생산적인 가업승계와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국내기업 보호에 있어 올바른 수준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며 "상속세율에 대한 합리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싱크탱크인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6월 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중 하나로 상속세율 인하 논의를 꼽았다. 입법조사처는 "명목 상속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與 반대에 21대도 세율 인하 난항


그동안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상속세율 인하 논의가 이어져 오긴 했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부의 대물림' 불가를 외친 여당의 강력한 반대가 걸림돌이었다.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 당시 상속·증여세 과세표준 50억원 초과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을 60%로 인상하는 상속세율 인상안까지 발의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이 지난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일부 개편하긴 했지만, 공제대상 기업 및 공제한도 확대 등은 빠진 채 사후관리 기간 정도만 단축한 '반쪽'짜리 완화책에 불과했다.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의식한 당정이 상속세 손질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21대 국회에서도 여당이 상속세율 인하로 전향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부 역시 각종 공제혜택 등을 반영한 실효세율은 낮은 수준이라는 판단하에 현재로선 상속세율 인하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상속세율 인하 논의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입법권을 손에 쥔 여당의 독주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들의 상속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상속·증여세 자진신고세액 공제율 3%를 2022년에는 1%로 줄여 점차적으로 폐지하자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냈다.


국민의힘에선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당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처리가 불가능하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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