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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 추대하는 WTO 총장… 美 "나이지리아 후보 NO" [유명희 역전 가능할까]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8 18:03

수정 2020.10.28 18:03

유명희, EU 등 79개국 잃었지만
미국은 최종 지지후보 안 밝혀
자유무역주의자 오콘조는 반대
최악의 경우엔 선출 미뤄질 수도
만장일치 추대하는 WTO 총장… 美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리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호베르투 아제베두의 사임으로 공석 중인 차기 사무총장으로 미국이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반면 EU는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미국은 오콘조이웨알라가 자유무역주의자인 것에 그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WTO 회의론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통해 같이 일해본 유 본부장을 더 원하고 있다.

오콘조이웨알라는 EU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연합(AU) 55개 회원국과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WAS), 카리브해와 태평양지역 국가까지 포함해 약 79개국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브라질과 중국, 인도는 아직 지지할 후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유 본부장 지지 암시는 최근 미 국무부가 일부 해외 대사관 관리들에게 주재국 정부가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지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 25일 일부 해외 미대사관들에 전문을 보내 차기 WTO 사무총장 후보 선출에 대한 주재국가 정부의 입장을 파악해 만약 미확정일 경우는 유 본부장을 지지하도록 설득할 것을 지시했다.

한 전직 미국 무역관리는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차기 WTO 사무총장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보도에 대해 USTR과 미 국무부, 백악관까지 모두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폴리티코는 미국의 지지가 유 본부장의 선출에 힘을 줄만큼 도움이 되는지는 불확실하며 28일 대표단 회의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더 지지 받을 경우 유 본부장은 탈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에서 어느 후보를 최종 지지하는지를 공개적으로는 밝히지 않고 있다.

키스 록웰 WTO 대변인은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논의는 마친 상태라며 28일 대표단 회의 후 총회에서 이르면 이번주 아니면 다음주에 결과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미국과 일부 회원국이 총회에서 최종 후보를 승인하는 것을 제지하도록 지지를 보류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WTO는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 또한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워커 WTO 총회 의장은 대표단에서 1명이 전원으로부터 지지를 얻으면서 다른 1명은 자동적으로 경쟁에서 제외되는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결과 남은 후보에 대한 반대도 없을 경우 총회에서 신임 사무총장으로 공식 선출되는 것이다. WTO는 다음달 7일까지는 선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유 본부장이 불리하지만 WTO 사무총장 선출은 164개국 전원 합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낙선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만약 전원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투표를 할 수도 있다는 명목상 조항도 있다.

또 미국이 유 본부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WTO 체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데다가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최악의 경우 WTO 사무총장 선출이 미뤄질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WTO 부사무총장을 지낸 루퍼스 예르사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 회장은 나이지리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무총장 선출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미국 대선 결과와 이에 따른 다음 미국 행정부의 결정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말해 미국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암시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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