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건희보다 ‘승어부’한 인물 못 봤다"… 오열 속 영결식 엄수 [이건희 별세 마지막 퇴근길]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8 18:19

수정 2020.10.28 21:45

"이재용, 삼성 새로운 역사 쓸 것"
50년 지기 김필규 회장 추도사
리움-승지원-화성공장 들른 후 영면
이재현·정용진·정의선 회장도 참석
고 이건희 삼성 회장 발인이 엄수된 28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뉴시스
고 이건희 삼성 회장 발인이 엄수된 28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뉴시스
이 회장의 영정과 관이 경기 수원에 위치한 가족 선영으로 운구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이 회장의 영정과 관이 경기 수원에 위치한 가족 선영으로 운구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부친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건희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루었듯이 이건희 회장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다."

고인의 50년 지기 고교동창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은 28일 오전에 열린 고 이건희 회장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승어부'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며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며 부친을 뛰어넘는 업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신경영으로 삼성 글로벌 기업 도약"


이 회장의 영결식은 오전 7시30분께 엄수됐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강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유족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을 비롯해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도 참석했다.

재계에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한화의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 등도 참석했다.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 회장의 약력보고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의 이건희 회장과의 추억 △추모영상 상영 △참석자 헌화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수빈 회장은 약력보고를 하면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가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는 목이 멘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필규 회장은 위대한 기업가로 성장하기 이전, 어린 시절 이건희 회장의 비범함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몰두하는 모습, 반도체산업 진출을 아버지인 선대회장에게 진언한 일화 등을 회고했다. 김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도쿄 유학시절 지냈던 2층 방이 전축, 라디오, TV로 가득했다며 평소 전자제품광이었던 고인을 추억했다. 김 회장은 또 고인이 이를 모두 분해해 재조립하고 있던 모습을 본 이재용 부회장의 고교 은사인 한우택 선생님의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추모영상에선 1987년 12월 삼성 회장 취임 이후 2014년 쓰러지기까지 변화와 도전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경영인 이건희, 사물의 본질 탐구에 몰두하는 소년 이건희, 스포츠 외교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한 이건희 등 고인의 다양한 면면을 조망했다.

오전 8시50분께 영결식이 끝난 후 유족과 사장단 등으로 구성된 운구행렬은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고인의 숨결이 있던 한남동 자택, 이태원동 승지원 등을 정차하지 않고 차례로 돌았다. 이후 오전 11시께 화성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마지막 이별을 고하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부모와 조부가 잠든 수원 선영에서 영면했다.

조기 달고 추모한 삼성 사람들


이날 삼성 서초사옥 앞에는 조기가 내걸렸다.

삼성 출입증을 목에 걸고 사옥 근처로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 직원들 사이에서 "회장님…"이라는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별세 소식에 많이 놀랐다"는 반응이 대다수로, 임직원들은 그룹 오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어느 직원은 "사내 메신저에 아직도 회장님의 계정이 있다"며 "그리운 마음에 명복을 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이번주 일부 삼성 직원들은 추모의 의미를 담아 회식 등 외부행사를 스스로 취소하기도 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오늘 이후 명실상부 이재용 시대의 개막"이라며 "이건희 시대와는 또 다른 도전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화가 숨가쁘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m@fnnews.com 김경민 김서원 기자 , 김지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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