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실업급여보다 일자리"… 특고 일부 직군, 고용보험 가입 반대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2 17:39

수정 2020.11.02 17:53

실직률 낮고 투잡족 대부분인
보험설계사·대리기사·캐디 등
"인건비 부담에 해고 가능성 커"
화물차주 등은 의무 가입 찬성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프리랜서에게 1인당 150만원을 지급하는 2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 접수가 시작된 12일 한 시민이 삼일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프리랜서에게 1인당 150만원을 지급하는 2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 접수가 시작된 12일 한 시민이 삼일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적용 예정인 직업군 별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보험설계사와 캐디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큰 반면 다수 플랫폼 노동자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반기는 모양새다.

■사회안전망 확충하자는데 반대 왜?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특수고용직 중 14개 직종에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법 개정을 연내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14개 직종은 보험설계사·택배기사·골프장캐디·학습지교사·건설기계조종사·퀵서비스기사·방문판매원·신용카드회원모집인·화물차주·대리운전기사 등이다.
이들 모두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고용직군(특고)이지만 상대적으로 특정 업체에 전속성이 강한 게 특징이다.

특고는 고용보험법상 고용보험 대상자가 아니라 실직 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1995년 제정된 고용보험법이 한 직장에서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를 피보험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 직장에 속해있다 해도 일부 특고 직군처럼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역시 고용보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노동환경이 변화되면서 퇴근 후 다른 직업을 하는 투잡 노동자, 다수 업체에 등록해 일을 구하는 플랫폼 노동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전속성이 강하다면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특고 직군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일부 직군에선 전 국민 고용보험이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주로 현금이 오가는 골프장캐디와 투잡 사례가 많은 대리운전기사, 실직이 거의 없는 보험설계사 등이 대표적이다.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되면 세금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수도권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는 이모씨(33·여)는 "안 그래도 인건비 높다고 노캐디필드(캐디 없이 운영하는 골프장)가 늘어나는데 고용보험까지 가입시키면 골프장에서 캐디를 줄일 게 뻔하다"며 "어느 정도 자유를 누리며 현금으로 벌고 있는 직군이라 다른 쪽하고 특고로 같이 묶기엔 입장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은 국회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영미 골프장 캐디마스터는 "고용보험이 의무화되면 사기업 측에서 소수의 캐디만 근로자로 품고 나머지는 버릴 수 있다"며 "일자리가 없어질까봐 우려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일자리 줄까" 일부직군 우려 커

보험설계사와 대리기사 직군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열악한 처우에도 일자리가 크게 줄지 않았던 직군인 탓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보다 고용이 줄 것이란 단점이 피부에 와 닿기 때문이다. 대리기사 중에는 투잡 노동자가 많아 실업급여 조건이 안 된다는 점도 불만의 이유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고용보험을 반기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언론과 국회 조사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많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선 특고 10명 중 7명이 법 개정이 이뤄지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특고 노동이 일반화된 업종 경영자 대표들도 국회와 정부에 지속적으로 "채용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보험설계사와 대리기사, 캐디 등 일부직군을 제외한 다수 특고 노동자 가운데선 사회안전망 확충을 반기는 의견도 많다.
10년차 화물차 기사 최모씨(47)는 "일을 못하게 됐을 때 나라에서 실업급여를 주겠다는 건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복지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나라든 회사든 좀 더 애정과 소속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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