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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해외게임사 국내대리인 지정 시급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7 18:43

수정 2020.11.07 18:43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최근 한 게임이 출시한 지 8일 만에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사전예약자가 약 70만 명을 넘었던 기대작이었고 출시 이후에도 평가가 좋았는데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게임사가 올린 서비스 종료 공지사항 내용이었다.

‘우리의 입장은 항상 조국과 일치’, ‘국가의 존엄성 수호’, ‘분노스러운 것은’, ‘마지막 한계를 넘었다’ 등 정치선동 연설문에 가까운 단어들이 널려 있었다.

이 모든 것의 발단은 한 중국 게임사가 제작해 우리나라에 유통 중인 게임의 이벤트에서 비롯된다. 이 이벤트에 우리 전통 한복이 등장하는데, 이를 두고 중국 네티즌들이 한복의 정통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복이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들로 점철되어 있었는데, 중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불기 시작한 소위 ‘한복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보였다.

게다가 이들은 공산청년당, 인민일보 등 중국 기관 및 기관지를 해시태그로 표시한 뒤, 한복 동북공정 여론전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게임사는 사과는커녕, ‘정치 선동문 같은 게임 종료 공지글’로 화답을 한 것이다. 상식 밖의 게임사 대응에 이용자들은 황당함을 느꼈다. 황당함은 이내 분노로 바뀌어, 새벽시간인데도 단 3시간여 만에 천여 개 가량의 댓글을 달며 게임사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비판했다.

결국 다음 날 오전 게임사가 전액 환불을 약속하며 사건이 일단락 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동안 계속 커져가고 있던 중국 게임사에 대한 불신이 이번 일을 계기로 확실히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인식에 쐐기를 박은 모양새다.

과거 물의를 일으켰던 다른 중국게임들의 사례를 떠올려보자. ‘먹튀 논란’부터 시작해서 선정성 광고, 게임 광고와 실제 내용이 전혀 다른 게임 내용, 백도어성 안티치트 프로그램 논란에 이르기까지 각 사건의 세부 내용은 달랐지만, ‘국내 이용자의 권익 무시’라는 점에선 일맥상통한다.

이들이 이런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에는 ‘어차피 한국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유통 중인 대부분의 중국게임은 한국에 별도의 지사나 법인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규제하거나 처벌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게임은 한국지사가 있긴 하지만 영세한 규모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게임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 초안을 보면 해외 게임사의 국내대리인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내대리인 지정이 법제화 되면,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에 대한 해외게임사의 수집·이용·제공 등의 동의, 철회, 열람청구, 정정요구 등 자기결정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나 게임물관리위원회 같은 기관에서 자료를 요청할 경우, 이를 신속하게 제출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전부개정안 초안에는 없지만 개인정보 재이전에 대한 보호조치 내용까지 추가할 경우,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개인정보가 제3국으로의 재이전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도 차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복 동북공정 논란 게임으로 사회적으로 시끄러운 지금이야말로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 법제화의 적기이다.
국내대리인 지정은 ‘척화비’로 상징되는 쇄국이 아니라, ‘4군 6진’같은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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