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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스타트업 육성 위해 민관 함께 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9 17:21

수정 2020.11.09 17:27

[파이낸셜뉴스] 부산시가 지난해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후 관련 창업 진흥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부산지역 창업기업 발굴과 육성을 주도하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상반기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2020 블록체인 그라운드 챌린지’를 통해 5개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이들 스타트업은 오는 13일 최종 파이널 피칭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사업에는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 생태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IBM이 민간 협력 파트너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한국IBM은 블록체인 그라운드 챌린지에서 선정된 스타트업 ‘스크리나’에 기업 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한 신기술 역량을 제공하는 ‘개러지(Garage) 서비스’를 지원했다.

창립 109주년을 맞은 선배 기업과 올해 7월 설립한 스타트업의 만남은 과연 어떤 시너지를 냈을까.

◼︎실제 창업기업 니즈 충족에 초점
▲박정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특화사업 및 창업인재육성팀장, 박세열 한국IBM 블록체인기술 총괄상무, 김광정 스크리나 대표(왼쪽부터) /사진=노동균 기자
▲박정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특화사업 및 창업인재육성팀장, 박세열 한국IBM 블록체인기술 총괄상무, 김광정 스크리나 대표(왼쪽부터) /사진=노동균 기자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 산업에서는 선배기업와 창업기업을 붙여주면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면서 서로에게 시너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정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특화사업 및 창업인재육성팀장은 블록체인 그라운드 챌린지를 준비하면서 관 주도의 진흥사업이 대개 일회성으로 그치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뒀다고 했다. 최근 스타트업 관련 멘토링 프로그램이 많은데 창업기업의 니즈를 충족하기보다는 멘토 성향에 창업기업을 끼워맞추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봐온 터였다.

블록체인 그라운드 챌린지는 기술 이슈에 매몰돼 정작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추구해야 할 비즈니스 모델이 뒷전으로 밀리는 스타트업의 고민을 최대한 반영했다. 속도와 방향성의 문제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모든 기업의 숙명적 고민이다. 이번 블록체인 그라운드 챌린지에서 선정된 스크리나와 한국IBM의 만남도 이렇게 성사됐다.

박 팀장은 “블록체인을 너무 기술적 측면에서만 접근하거나 암호화폐로만 바라보면 결국 실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는 괴리가 크고 이는 결국 실패하는 비즈니스가 될 수밖에 없다”며 “블록체인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산업도 있겠지만 블록체인을 접목할 경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는 기존 산업군에도 염두에 두고 사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오는 13일 특화사업팀의 한 해 사업을 총정리하는 ‘그리드(GRID) 파이널’ 행사를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한다. 블록체인 그라운드 챌린지 파이널 피칭도 이날 함께 진행한다. 최종 선정된 한 팀에는 시상금 1000만원을 지원한다.

박 팀장은 “단지 시상금이 전부가 아니라 지원사업 후속으로 투자 관련 네트워킹 등 향후 비즈니스 측면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혜택을 제공하려고 한다”며 “한국IBM과 같은 민간 협력 파트너가 늘어나면 이 네트워크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공의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
한국IBM은 개러지 서비스의 일환으로 챌린지에서 선정된 스타트업을 본사로 초청해 5일간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디자인 씽킹’ 방법론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블록체인 비즈니스 구현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혁신 추진과제를 도출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의 IT 프로젝트는 기업이나 부서가 문제를 제안하면 이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까지도 걸리곤 했다. 한국IBM은 워크숍을 통해 신기술 적용 영역, 활용 가능성 도출은 물론 기존에 중복되거나 분산 배치된 인프라와 인력을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한국IBM은 스타트업 선정 과정에서부터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긴밀하게 협력했다. 단지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생태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박세열 한국IBM 블록체인기술 총괄상무는 “스타트업을 볼 때 미래 성장 가능성을 첫 번째로 평가하고 다음으로는 그들이 생각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블록체인 산업에 얼마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인가에 주목했다”며 “다만 블록체인도 결국 비즈니스 네트워크에서 벗어날 수 없고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다 할 수 없는 만큼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멘토가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국IBM 디자인 씽킹 워크숍 전경. /사진=한국IBM
▲한국IBM 디자인 씽킹 워크숍 전경. /사진=한국IBM
◼︎신생 스타트업에 혁신 DNA를
“스크리나 서비스의 사용자는 영상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함께 보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함께 볼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함께 온라인으로 보기 위해서는 공통의 도구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걸 해결해주는 게 바로 스크리나의 서비스입니다.”

김광정 스크리나 대표는 한국IBM과 함께 한 디자인 씽킹 워크숍에서 정의한 대로 자사 서비스를 소개했다. 커뮤니티 기반 비대면 온라인 영화관을 표방하는 스크리나는 콘텐츠 기반의 ‘덕질’ 문화를 블록체인 서비스에 녹여낸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단순히 ‘금전적 보상’ 개념이 아니라 자발적인 덕질에 부합하는 가치를 상징하는 ‘유일무이한 보상’을 블록체인으로 구현한다는 발상이다.

김 대표는 “사실 디자인 씽킹 방법론을 처음 접한 게 아니라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생각했었는데 한국IBM에서 사전에 우리 비즈니스 모델을 파악하고 최적화된 컨설팅을 해줘 깜짝 놀랐다”며 “나아가 실질적으로 블록체인을 비즈니스에 연결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빠른 의사결정으로 성공이든 실패든 손실을 최소화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직관적인 서비스 소개 만큼이나 놀라운 건 이 회사가 지난 7월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사실상 블록체인 그라운드 챌린지에서 도출된 아이디어 하나가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진 셈이다.
스크리나는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에 처음으로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진행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협력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향후 스크리나 서비스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면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이 하나로 모이는 온라인 영화제 플랫폼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 대표는 “이번 블록체인 그라운드 챌린지 최종 피칭은 1등이 목표라기 보다는 짧은 기간 달성한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큰 자산이 될 네트워크를 쌓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적극적인 지원을 보면서 관 주도 사업에 대한 고정관념에서도 많이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