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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당 58만건" 中최대 쇼핑축제 매출 100조원 육박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1 14:54

수정 2020.11.11 18:10

초당구매 58.3만건, 법원 경매 축제기간 온라인으로
전년과 비교불가, 소비활력 부담...‘찍힌’ 알리바바 몸 낮추기 
A screen shows the value of goods being transacted during Alibaba Group's Singles' Day global shopping festival at a media center in Hangzhou, Zhejiang province, China November 11, 2020. REUTERS/Aly Song /REUTERS/뉴스1 /사진=뉴스1 외신화상
A screen shows the value of goods being transacted during Alibaba Group's Singles' Day global shopping festival at a media center in Hangzhou, Zhejiang province, China November 11, 2020. REUTERS/Aly Song /REUTERS/뉴스1 /사진=뉴스1 외신화상
그래픽=박희진 기자
그래픽=박희진 기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최대의 온·오프라인 쇼핑 축제가 시작되면서 초당 구매 상품량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중국 양대 쇼핑 플랫폼의 10일간 누적 판매액이 100조원에 육박했다.

다만 행사 주최 측이 집계와 공표 방식을 변경하면서 작년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게 됐다. 중국 정부가 소비활력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년대비 실적 공개는 부담이 됐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초당구매 58.3만건, 법원 경매도

11일 신랑망과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11·11 쇼핑 축제’가 이날 0시에 시작된 이후 3분57초 만에 58만3000건까지 초당 구매 상품량이 치솟았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T몰, 타오바오, 카오라 등 알리바바의 쇼핑 플랫폼에 구매객이 몰리면서 한정 수량의 할인 상품을 경쟁적으로 구매한 결과 이 같은 진풍경이 벌어졌다. 알리바바는 축제 기간 동안 8억명이 온·오프라인 구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 11월1일부터 11월 0시30분(현지시간)까지 누적 거래액이 3723억위안(약 63조원)에 달했다고 알리바바는 공개했다. 알리바바는 본 행사에 앞서 이달 1~3일을 ‘1차 판매기간’으로 추가 지정하며 할인 축제를 사흘 더 연장했다.

알리바바의 강력한 경쟁사인 징둥도 11월1일부터 11일 0시0분9초까지 거래액이 2000억위안(33조8000억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와 징둥 양대 플랫폼에서만 열흘 동안 100조원에 육박하는 상품을 팔아치운 셈이다.

광군제(싱글의 날) 혹은 솽스이(쌍십일)로 불리는 11·11일 쇼핑 축제는 2009년 11월11일 알리바바가 처음 시작한 뒤 징동, 판둬둬 등 다른 대형 온·오프라인 업체들도 잇따라 참가하면서 국가적 할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11월 11일로 특정한 것은 독신을 뜻한 ‘1’이 네 번 겹치기 때문이다. 싱글의 외로움을 쇼핑으로 달래라는 취지다.

올해는 중국 안팎의 25만개 브랜드가 참여하며 새로 선보이는 신제품도 200만개에 달한다. 이번 축제에선 80만채에 달하는 주택이 정가보다 100만위안(약 1억7000만원)까지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 샤넬, 디오르, 프라다, 카르티에, 피아제, 발렌시아 등 200여개 명품 브랜드도 판매 경쟁에 합류했다.

한국 제품들도 광군제의 쇼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엔 알리바바의 해외 직접 구매 순위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인터넷 사법 경매제가 11.11 쇼핑 축제와 연동하는 이벤트도 벌어지고 있다. 첫 사례다. 안후이성 고등인민법원은 11일부터 25일까지 타오바오, 징둥 등 인터넷 경매 플랫폼에 부동산, 차량 등 각종 경매물품 2756점을 내놨다. 입찰 총액은 47억4400만위안이다. 경매는 주택, 차량, 생방송 등 각 전속 페이지를 설치해 경매인이 직접 경매 물건을 정확히 파악한 뒤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말 개최된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위원회 5차 전체회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쳐
지난달 말 개최된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위원회 5차 전체회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쳐

전년과 비교불가, 소비활력 부담

그러나 지난해처럼 특정 판매 액수에 도달하는데 얼마나 소요되는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작년엔 1분36초만에 100억위안을 넘어섰다. 500억위안 초과에는 12분49초가 걸렸다.

중국 본토에서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긴 했지만 기대와 달리 소비활동은 예년 수준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내세울 만한 새로운 초반 ‘갱신’ 기록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대신 할인 축제 기간을 추가하고 지난해에선 집계하지 않는 10일간의 누적 판매량을 공표했다. 통상 해오던 11일 0시부터 초단위 성적이 아니라, 누적 실적을 공표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게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11 쇼핑 축제와 관련, 상반기 동안 상당수 소비자가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임금 삭감과 일자리 손실 등 피해를 입었으며 이 때문에 ‘보복 소비’가 아니라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한 ‘보복 저축’을 하고 있다고 전날 보도했었다.

중국 정부가 향후 경제정책의 방향 중 하나를 ‘내수확대’로 정하고 소비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쇼핑 축제의 부진한 성적표를 공개할 경우 정책 동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알리바바의 11.11 쇼핑 축제는 향후 소비 활력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며 소비자 심리 파악의 척도로 지목돼 왔다. SCMP는 “싱글의 날 소비 패턴을 중국 정부가 국가 경제 건전성의 핵심 지표로 면밀히 주시할 것”라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에서 소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57.8%를 차지할 정도도 핵심이다. 코로나19 안정세 이후 각종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어 다른 지표가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유독 소비만 기지개를 켜는 속도가 더뎠다.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를 예고했던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로써 총 350억달러(40조544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뉴시스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를 예고했던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로써 총 350억달러(40조544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뉴시스

‘찍힌’ 알리바바 몸 낮추기

반면 알리바바의 핵심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상장 중단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겪은 만큼 행사를 조용히 치르기 위해 실시간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 금융감독 당국은 이달 초 정부의 금융감독 기조를 비판했던 마윈과 알리바바 임원들을 불러 조사를 했고 앤트그룹의 상하이와 홍콩증시 상장 절차가 돌연 중단됐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전날 인터넷 플랫폼의 독점적 거래행위를 규제하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만약 특정 플랫폼에서 판매자에게 독점적으로 거래하는 것을 요구하거나 쇼핑 이력 및 신상정보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격을 제시하면 불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SCMP는 “시장규제 당국이 법을 통해 어떠한 행위가 인터넷 기업의 반독점 행위인지를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투안 등의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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