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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45조원 VS 11일 83조원 알리바바 실적 기준 변경, 왜?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2 11:36

수정 2020.11.12 11:36

- 11일간 83.8조원, 작년엔 1일 45.7조원
- 中정부 ‘소비’ 주시 의식했나...잇따르는 악재 ‘만회’ 위한 것 해석도
바이두뉴스 캡쳐
바이두뉴스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11·11 쇼핑 축제’(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실적을 공개하면서 집계 기준을 변경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년 1일 기준이었던 것과는 달리, 11일간의 거래액을 한꺼번에 묶어서 발표했는데, 이 덕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간 83.8조원, 작년엔 1일 45.7조원
12일 신랑망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티몰, 타오바오, 카오라 등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4982억위안(약 83조8000억원) 어치의 상품을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주택과 자동차 등 액수가 큰 상품은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알리바바는 예상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본 행사에서 앞서 11월1~3일을 ‘1차 판매 기간’으로 추가했다. 본 축제는 11일이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공식 축제기간이 아닌 ‘6일부터 10일 사이’ 닷새 동안의 거래량도 실적에 포함했다. 이로써 전체 거래액 집계기간은 1~11일로 지난해 하루보다 열흘이 늘어나게 됐다. 알리바바는 이 같은 11일간의 실적을 통째로 합해 발표했다.

그러면서 알리바바는 올해의 경우 11일 본 축제 당일 거래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엔 11일 하루 동안 2684억위안(45조7000억원)의 거래가 이뤄지며 기존 기록을 갈아치웠었다.

따라서 올해 실적을 작년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게 됐다. 다만 올해 11일간 거래액이 작년 1일 실적의 두 배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단순 계산은 가능하다.

아울러 알리바바는 지난해처럼 특정 판매 액수에 도달하는데 얼마나 소요되는지 여부도 알리지 않았다. 작년엔 1분36초만에 100억위안을 넘어섰다. 500억위안 초과에는 12분49초가 걸렸다.

대신 알리바바는 쇼핑 축제가 시작된 11일 0시 이후 3분57초만에 58만3000건까지 초당 구매 상품량이 치솟아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고 홍보했다. 지난해엔 알려지지 않은 기록이다.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징둥도 11일간 2715억위안(약 45조700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양대 쇼핑 플랫폼의 거래 총액이 130조원에 육박한 셈이 된다.

지난달 말 개최된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위원회 5차 전체회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쳐
지난달 말 개최된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위원회 5차 전체회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쳐


■中정부 ‘소비’ 주시 의식했나
알리바바가 축제 기간을 확대하고 실적 집계 기간도 대폭 늘인 것은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소비활력 정책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향후 경제정책의 방향 중 하나를 ‘내수확대’로 정하고 소비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쇼핑 축제의 부진한 성적표를 공개할 경우 정책 동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알리바바의 11.11 쇼핑 축제는 향후 소비 활력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며 소비자 심리 파악의 척도로 지목돼 왔다.

중국 경제에서 소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57.8%를 차지할 정도도 핵심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안정세 이후 각종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어 다른 지표가 상승 곡선을 그렸던 반면, 유독 소비만 회복 속도가 느렸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발표한 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계발계획에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소비유도를 경기회복 전략 중 하나로 꼽았다. 중국 중앙·지방 정부와 관영 매체는 이전에도 여름휴가나 국경절 연휴 시즌 때 할인·소비쿠폰을 발행하며 내수 관광을 홍보하는 등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중국 경기 활성화 계획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상반기 동안 상당수 소비자가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임금 삭감과 일자리 손실 등 피해를 입었으며 이 때문에 ‘보복 소비’가 아니라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한 ‘보복 저축’을 하고 있다”면서 “싱글의 날 소비 패턴을 중국 정부가 국가 경제 건전성의 핵심 지표로 면밀히 주시할 것”라고 평가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축제를 두 차례 진행했다며 ‘쌍절곤’으로 지칭하고 있다. 11·11 쇼핑 축제는 그 동안 광군제(싱글의 날) 혹은 솽스이(쌍십일)로 불렸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1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쌍절곤은 코로나19 소비 침체에 대응한 선택”이라며 “2020년 솽스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보스=신화/뉴시스】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 E-커머스 전체 세션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2018.01.25 /사진=뉴시스
【다보스=신화/뉴시스】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 E-커머스 전체 세션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2018.01.25 /사진=뉴시스


■잇따른는 악재 ‘만회’?
최근 잇따르는 악재를 만회하기 위해 알리바바가 유리한 실적만 취사선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금융감독 당국은 이달 초 정부의 금융감독 기조를 비판했던 마윈과 알리바바 임원들을 불러 조사를 했고 앤트그룹의 상하이와 홍콩증시 상장 절차가 돌연 중단됐다.

또 축제 전날에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투안 등 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반독점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11일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8%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11·11 축제 실적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12일 알리바바 주가는 홍콩 증시에서 3.78 %, 미국 뉴욕 증시에서 0.33 % 각각 오른 채 장을 시작했다.
징동은 6.67%, 3.45% 각각 상승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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