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주도, 수돗물 유충에 이번엔 오수가 수년간 바다로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5 01:12

수정 2020.11.30 18:47

서귀포시 대포동 하수관 공사 ‘엉터리’…상하수도 행정 ‘난맥상’
펌프장과 배관 연결 부실 6년간 포구·마을어장 악취 땅속 오염 
오수가 유출된 맨홀. 굴착 현장에서 주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확인됐다. 중계펌프장으로 가야할 오수가 바다로 유출되도록 관 연결이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수가 유출된 맨홀. 굴착 현장에서 주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확인됐다. 중계펌프장으로 가야할 오수가 바다로 유출되도록 관 연결이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가 상하수도 행정에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삼다수 수준의 수질로 관리하겠다던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는가하면, 하수펌프장으로 보내져야 할 오수가 수년간 바다와 지하로 유출돼 주민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오수중계펌프장 월류 현상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하수관로 정비사업에 나섰으나, 배관공사가 엉터리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되레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지난 12일 오후 1시쯤 서귀포시 대포동 바닷가로 오수가 유입돼 심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접수된 가운데 13일 현장조사에 나섰다. 당시 대포포구 인근 맨홀에서 유출된 오수는 5시간 넘게 마을 공동어장이 있는 대포포구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전해졌다.

■ 2015년 17억6900만원 투입 월류현상 차단 공사 부실 지적

오수가 유출된 맨홀은 대포 제1맨홀 펌프장과 중계펌프장 사이에 설치된 것이다. 현장을 굴착해 확인한 결과, 오수 유출 원인은 6년 전 진행된 배관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맨홀에는 굵기가 다른 두 개의 관이 있었으며, 이 가운데 굵은 관은 바다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배관 공사과정에서 과거에 있던 배관을 철거하면서 입구를 폐쇄해야 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오랜 기간 관을 통해 지하로 오수가 스며들었다는 걸 보여주듯, 주변의 흙도 새까맣게 변한 상태였다.

서귀포시 대포포구 인근 오수가 유출된 맨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굴착조사가 진행됐다.
서귀포시 대포포구 인근 오수가 유출된 맨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굴착조사가 진행됐다.

결국 서귀포시 회수동·하원동·대포동에서 나온 오수가 대포 제1맨홀로 모이고 중계펌프장을 거쳐 최종적으로 색달하수처리장으로 가야 할 상당한 양의 오수가 문제의 맨홀을 통해 지하와 바다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한편 제주도는 대포중계펌프장에 대해 집중호우 때 발생하는 오수중계펌프장 월류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17억6900만원을 들여 지난 2015년 5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오수관로 1.1㎞와 374곳의 가정 배수설비를 정비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사 후에도 악취가 심하고 비가 오지 않아도 오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왔다”며 “그동안 숱하게 민원도 넣었지만 행정에선 그동안 ‘나 몰라라’ 하고 방치해왔다” 분통을 터뜨렸다.
어촌계에서도 “대포포구 앞바다는 전복·소라·해삼을 키우는 마을 공동어장인데, 4~5년 전부터 어장 수확량이 예전의 30% 수준에 그쳐 생계가 매우 어려워진 상태”라며 “어장 바닷물이 탁하게 오염된 이유를 이제라도 알았으니, 엄정한 조사로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법에 따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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