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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종식까지 1년 더 기다려야, 백신에 희망 걸어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8 15:10

수정 2020.11.18 15:10

지난 9월 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참가자가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AP뉴시스
지난 9월 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참가자가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끝나려면 최근 긍정적인 백신 소식에도 불구하고 최소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경제 및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미 팬데믹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바이러스 유행이 종식되더라도 예전처럼 생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팬데믹 이전으로 복귀 못해
세계보건기구(WHO)사무총장의 데이비드 나바로 코로나19 특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의 유럽 지부가 주최한 보건 관련 컨퍼런스에서 바이러스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최소 12개월 이상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같은 공중 보건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통계 집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7일 기준으로 세계 217개국에서 54만6662명의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으며 같은날 1만502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다. 신규 확진자는 미국(15만7261명)과 인도(3만8532명), 브라질(3만5018명) 순서로 많았으며 이탈리아에서도 3만2191명의 신규 환자가 집계되어 신규 환자 순위 4위를 기록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2차 확산이 번지면서 프랑스의 경우 17일 누적 환자가 203만6755명을 나타내 유럽 중 최초로 환자 숫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6일 브리핑에서 전날 개발 중인 미국 백신들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지만 아직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국가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는 의료 종사자들과 의료 시스템이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며 "지금은 안주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나바로는 17일 연설에서 유럽의 팬데믹 대응이 부실했고 동아시아 국가들처럼 지역사회의 참여와 신뢰, 자체적인 규제 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염병이 멈추더라도 재건이 문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17일 화상 연설에서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으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매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개발이 중기적으로 좋은 소식이지만 본격적인 접종 이전에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많다며 "사람들이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었다"고 경고했다. 파월은 팬데믹으로 몰락한 서비스 업종이 이전처럼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고 "같은 경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일단 백신 나오면 희망 있어
다만 백신이 제대로 나온다면 팬데믹이 현재 예측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보도에서 전날 국제 학술지 바이오아카이브에 게시된 미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 연구팀의 보고서를 인용, 코로나19 회복 환자가 회복 8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강력한 면역력을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서 회복한 19~81세 남녀 185명에게서 혈액을 채취해 확인한 결과 바이러스 항체 자체는 자연스레 감소했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면역세포는 오히려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올해 코로나19 재감염 사례가 보고되면서 백신으로 항체를 만들더라도 면역력 유지를 위해 백신을 매년 맞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와사키 아키코 예일대 교수는 이번 연구와 관련해 면역세포가 체내에서 사라지려면 수년이 걸린다며 매년마다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백신에 대한 인식 자체도 좋아졌다. 미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17일 발표에서 지난달 19일~이달 1일까지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의 58%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찬반은 지난 9월 중순 조사만 하더라도 각각 50%로 갈렸다.

남은 과제는 어떤 백신을 고르느냐다. 이달 3차 임상시험 결과 90% 이상의 면역 효과를 입증한 미 제약사 모더나와 화이자는 모두 미 정부의 긴급사용승인을 기다리며 물량을 비축하고 있다. 모더나는 올해 2000회 접종분을 미국에서 출하하고 내년에는 전 세계에 5억~10억회 접종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화이자는 올해 약 5000만회 접종분, 내년에 13억회 접종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두 기업 백신의 10~20% 가격으로 백신을 공급한다고 예고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17일 발표에서 앞으로 며칠, 길게는 몇 주 안에 3차 임상 결과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마르크 도너여 아스트라제네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제 3차 임상이 전 세계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고 밝혔다.


지난 8월에 3차 임상을 건너뛰고 세계 최초로 자국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제약사의 약진에 긴장한 모습이다. 그는 17일 브릭스(BRICs) 정상들과 화상 회담에서 8월 승인한 백신 '스푸트니크V'과 10월 승인한 '에피백 코로나'가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두 백신 모두 3차 임상을 생략했지만 인도와 브라질에서 임상시험을 더 하기로 합의했고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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