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체육대회 확진자 방문 은폐 의혹··· 軍 "사실 아냐"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4 14:31

수정 2020.11.24 15:49

제6보병사단 청성부대 체육대회 확진자 방문
지역 맘카페 관련 내용 올라오자 부적절 대응
다수 부대 전파사항에 "보안위반, 추적, 책임"
군 "예하부대 전파 과정에서 과장·왜곡된 것"
사단 체육대회 참석자 전원 코로나 검사 방침
[파이낸셜뉴스] 강원도 최전선 방위를 책임지는 제6보병사단 청성부대가 간부 체육대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을 감추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온라인에 게시물을 올리자 ‘군사보안’이라며 내리지 않으면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군은 개인신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걸 막고자 했을 뿐 군사보안을 언급하거나 색출을 시도한 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본지 11월 23일. ‘철원·화천 육군발 코로나19 확산, 원인은 '불감증'’ 참조>

23일 강원도 철원군에서 5포병여단 예하부대 확진자 30여명을 포함해 하루만에 3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fnDB
23일 강원도 철원군에서 5포병여단 예하부대 확진자 30여명을 포함해 하루만에 3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fnDB

맘카페에 글 올라오자 "안 내리면 추적"


24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6사단 청성부대 체육대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뒤 지역 맘카페에 관련 게시물이 게재됐다.
체육대회에 확진자가 참석한 사실을 알리고 이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한 글로 알려졌다.

글이 파문을 일으킨 직후 사단 예하 전 부대에 ‘군사보안’에 해당한다며 작성자를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는 통지가 내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글은 삭제됐다.

당시 사단 다수 예하 부대 간부들에게 전파된 통지엔 “상담관 확진됨에 따라 예하부대로 전파된 이동동선 및 개인정보 자료를 군인가족 중 누군가가 ‘맘 카페’에 올려서 보안위반에 해당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점심시간 내 자료 및 글을 내리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하셨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6사단 참모장이 화상회의(VTC)를 통해 전파한 것으로, 다수 부대 통지에서 공통적으로 ‘보안위반’과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군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원익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체육대회 개최와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이 안보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관련 사실은) 불필요한 체육대회 개최로 촉발된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적극 일반에 알리고 위험을 차단하는데 활용됐어야 할 정보"라고 강조했다.

군사기밀보호법에 의해 보호되는 정보는 ‘내용이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軍) 관련 문서, 도화(圖畵),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 또는 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진 것과 그 내용’이다.

코로나19 감염 사실은 기밀의 형식에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내용 역시 보호되는 기밀로 보기 어렵다.

6사단 예하부대 간부 가족이라 밝힌 한 시민은 “문제를 터놓고 해결해도 부족할 판에 군사보안 운운하며 협박하고 문제가 되니 말을 바꾸는 게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6사단은 VTC 당시 녹화본 공개를 거부했다.

군은 보안위반을 문제삼아 글 게시자를 색출해 처벌하겠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다만 다수 간부가 이러한 내용을 전파한 사실에 대해선 "내용이 왜곡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fnDB
군은 보안위반을 문제삼아 글 게시자를 색출해 처벌하겠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다만 다수 간부가 이러한 내용을 전파한 사실에 대해선 "내용이 왜곡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fnDB

"전파과정에서 과장·왜곡된 것, 사실 아냐"


육군본부와 6사단은 참모장 지침이 간부들에게 전파되는 과정에서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6사단 관계자는 “일부 커뮤니티에 개인정보와 관련된 글이 게시된 것을 확인해 간부들에게 개인 신상 및 개인정보보호에 대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것은 위법한 내용임을 강조한 사항”이라며 “혹여나 하급제대로 전파되면서 일부 내용이 왜곡될 수 있다고는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육군본부 관계자 역시 “화상회의를 하고 나서 얘기한 것들이 전파가 되는 경우엔 대부분 더 강화돼서 내려가기 마련”이라며 “개인정보나 신상유포가 과도하게 되는 게 위법하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다만 서로 다른 여러 부대 통지에서 ‘보안위반’이란 문구나 ‘추적확인하여 책임을 묻겠다’는 등의 문구가 동일하게 포함된 증거 및 증언이 나온 점은 여전한 의문이다.

군 주장대로 상급부대 전파내용이 왜곡된 것이라 해도 문제다.
규정과 조치까지 하급부대 장교 다수가 왜곡해 전파하는 상황은 군기강상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6사단은 본지 보도 이후 체육대회 참석자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날 30여명의 집단확진이 발생한 인근 육군 5포병여단도 22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 김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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