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방역 무뎌진 국민… 거리두기 격상 타이밍 놓치면 봉쇄갈 수도" ['코로나 유행' 전문가 진단]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1 18:01

수정 2020.12.01 18:01

소규모 집단감염 대처 못하는
거리두기 2단계 효과 미지수
병상부족해 최악엔 의료붕괴
3단계 염두둔 선제적 대응을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방역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국면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하향을 오가는 사이 국민들의 경각심은 떨어졌고, 절기상으로도 바이러스에 유리한 겨울이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병상이 부족해 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거리두기 2단계 효과? 글쎄"

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451명이다. 국내 발생 신규확진자는 430명, 해외유입 사례는 31명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8일부터 나흘 연속 400명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주말·휴일 검사 건수 감소 영향이 반영돼 있어 확산세가 꺾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1~2주 뒤에 확산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를 계산한 '양성률'이 지난 30일 3%까지 치솟았다"며 "현재 검사 중인 건수가 6만건이 넘는데 이중 3%라고 하면 1800명의 확진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그때까지 확진자가 더 늘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렇게 유행하면 전국 어디선가 수십, 수백명 단위 집단발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단계를 격상하는 시기가 늦었고, 지금의 2단계로 코로나 국면을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같은 400명대 확진자라 해도 과거와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며 "과거는 특정 지역에 대규모 확진이 발생했다면 지금은 동시다발적인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해 대처하기가 어렵다. 상황을 구분해서 판단하고, 더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일단 2단계를 시행하고 다음 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건데, 그러다 효과가 안 나타나서 그때 가서 2.5단계로 올리면 타이밍이 늦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3단계도 염두해야 한다고 본다"라며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과하다 싶더라도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처럼 '락다운(봉쇄조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에 무뎌진 사람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중증환자 증가로 인한 의료체계 붕괴다.

엄 교수는 "일일 확진자 400명 중 중증환자가 1%만 된다고 해도 하루 4명이고, 보름이면 60명"이라며 "병상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탁 교수는 "지금 상황이 심각하게 부정적이다"라며 "이대로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서 집에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온이 떨어지고 모임이 증가한다는 것도 악재다. 코로나19에 무뎌진 일부 국민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을 외면하고 있어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김우주 교수는 "이제 막 본격적인 겨울이 되고 있는데 크리스마스나 1월1일이 되면 위기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라며 "정부가 일차원적인 방법으로 모임을 막는다고 해도 '풍선효과'만 일어날 뿐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엄 교수는 "정부가 스스로 정한 원칙을 지키지 않고 거리두기를 올리지 않은 채 시민들에게 모이지 말라고 설득하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탁 교수는 "코로나19가 별거 아니고, 정부가 확진자수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검사한다는 등 음모론이 퍼지면서 일부 국민들의 긴장감이 낮아졌다"며 "지금 유행 상황이라면 아주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봐도 내년 1월이나 되어야 안정화 될 것. 이번 연말 송년회나 모임은 절대 삼가 달라"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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