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원치 않아도 빨리 끝내려고.." 인구주택 조사원 '개인번호' 노출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3 11:55

수정 2020.12.03 11:55

인구총조사 조사원 '부재중 가구'에 개인번호 남겨 
개인정보委 "통계청이 사실상 개인정보 제공 강요"
통계청 "태블릿 지급..예산 부족해 통화기능 못살려" 
[파이낸셜뉴스]
지난 달 28일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대상 가구 현관문에 붙어있는 '연락전'의 모습. 공식적인 조사 기간은 지난달 18일 종료됐지만 여전히 조사원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채로 연락전이 붙어있었다. 사진=안태호 기자
지난 달 28일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대상 가구 현관문에 붙어있는 '연락전'의 모습. 공식적인 조사 기간은 지난달 18일 종료됐지만 여전히 조사원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채로 연락전이 붙어있었다. 사진=안태호 기자
올해 '인구주택총조사'에 투입된 조사원들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해진 기간 내에 배정된 가구 수를 채워야 하는 조사원들의 사정상 본인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부재중인 가구에 제공하는게 불가피해서다.

3일 통계청이 발간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지침서'을 보면, 조사 대상 가구가 부재중일 때 '연락전'을 작성하도록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락전에는 '콜센터, 상황실 또는 본인에게 연락하도록 메시지를 남긴다'라고 적혀있다.
조사원 개인 연락처를 남기도록 교육한 것이다.

실제 제작된 '연락전'을 살펴보면 조사원의 휴대폰 번호를 적는 빈칸이 있다. 지자체 담당자는 "조사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할당된 가구 수를 채우면 된다"며 "업무를 빨리 마치기 위해 원하지 않아도 휴대폰 번호를 대부분 적어 넣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제사항은 아니다. 그는 "통계청이 조사원을 교육할 때 (개인번호 제공 여부에 대해)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제작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지침서에 연락전을 작성할 때 '본인에게 연락하도록 메시지를 남긴다'고 적혀있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콜센터, 지자체 상황실 번호만 남겨도 되지만 대다수 조사원이 부재중 가구에 개인번호를 남기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지침서 캡처.
통계청이 제작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지침서에 연락전을 작성할 때 '본인에게 연락하도록 메시지를 남긴다'고 적혀있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콜센터, 지자체 상황실 번호만 남겨도 되지만 대다수 조사원이 부재중 가구에 개인번호를 남기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지침서 캡처.
인구주택총조사는 5년마다 실시된다. 전체 가구의 20%를 선정하고, 현장 조사를 통해 인구·가구·주택 기초 자료를 수집한다. 올해는 2만3000여명의 조사원이 고용돼 직접 대상 가구를 방문했다. 평일 낮 시간대에 부재중인 집이 대다수여서 이들의 개인번호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통계청의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 보호 총괄 부처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를 두고 정부기관이 조사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라고 강요한 것과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본인 스스로 (개인번호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법 위반 사항은 아니다"라면서 "조사원과 통계청이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개인정보를 제공하라고 강요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이어 "특히 조사원 대부분이 가정주부나 여성이다. 개인정보를 노출했을 때 피해를 받기 쉬운 계층"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은 비접촉식 조사를 위해 올해 처음 태블릿을 지급하면서 통화기능도 탑재하려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불가능했다는 답을 내놨다.

그간 조사 대상자가 조사원에게 건네받은 종이조사표를 직접 작성했다. 감염병 등 상황을 고려해 올해는 조사원이 지급된 태블릿에 조사 대상 가구원이 불러주는 내용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태블릿 구입비용까지만 예산이 확보되고, 통신요금 예산은 배정되지 않은 탓에 통화기능을 사용할 수 없어 조사원들이 개인번호를 남겨야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신요금이 억 단위로 움직이디보니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이미 각 태블릿마다 전화번호가 부여돼있어 통신서비스만 가입하면 된다.
다음 조사 땐 예산을 확보해 조사원의 개인정보 보호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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