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무너진 유치원'..."약속은 왜 안 지키나요"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3 15:07

수정 2020.12.03 15:07

유치원 붕괴 피해 학부모 "소통 없었다"
"잘 되는 줄 알았는데" 답답, 분노 표출 
약속 당사자 조희연 교육감에 면담요청
6600명 서명 받아도 얼굴 못보고 '헛걸음'
[파이낸셜뉴스] 2년 전 붕괴된 서울상도유치원 학부모들이 "유치원을 다시 지어주겠다"던 교육감 약속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시 유치원 재건립이 여타 이유로 지연될 경우 사유 및 대책 등을 통보해 주겠다고 했으나 공사가 지연됐음에도 불구, 단 한 차례 설명도 없었다.

붕괴 원인을 따지는 소송 등의 문제로 유치원 부지는 방치된 상태다. 이 자리에 새 건물을 지어 2022년부터 원아를 수용하겠다는 계획도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하다.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은 구민 등 66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청을 수차례 방문했지만 약속 당사자인 조희연 교육감은 만날 수 없었다. 교육청은 이제라도 소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속된 요청에도 교육감이 만나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2018년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이 일부 붕괴되는 사고가 난 뒤 철거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김범석 기자
2018년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이 일부 붕괴되는 사고가 난 뒤 철거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김범석 기자

■재건축 좌절에도 2년 간 설명 전무
3일 서울시교육청과 유치원 붕괴 피해 학부모들에 따르면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이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붕괴 후속대책에 대한 소통을 사고 당시 이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2019년과 2020년까지 총 22개월 이상을 어떤 통보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약속됐던 유치원 재건축은 사실상 좌절됐다. 늦어도 내년 초엔 착공해야 하지만 예산도 잡히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붕괴사고가 주변 주택단지 공사 중에 난 거다 보니까 소송이 진행됐고 증거보존 여부가 주요 쟁점이 돼 철거가 늦어졌다”며 “인근에 다른 단설유치원 건설을 검토했는데 서울 특성상 부지 확보가 곤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부모에게 통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이다 보니까 좀 더 원활하게 해드렸어야 하는데 (소통하려는 노력을) 못 느끼신 부분은 양해를 드린다”며 “앞으로라도 희망하시면 지속적으로 안내 드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 당시 붕괴사건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이지영씨(33·여)는 “사건 때 불과 4시간 전 아이들이 있던 유치원이 무너져버리는 걸 보고 '왜 (붕괴위험이 있다는) 말을 안 해줬느냐' 물었더니 관계자가 ‘무너질 줄 몰랐다’고 해 하늘이 노래졌었다”며 “그래서 학부모들이 (교육청과 구청이 참여한) 협의회에서 미리 문제가 있으면 공유를 꼭 좀 해달라고 얘기했고 그때 약속한 답변 내용이 서면으로 만들어졌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당연히 연락이 안 오니 잘 되고 있겠거니 했는데 너무 황당하다”며 “2년 전 유치원에 금이 간 사실을 알리지 않은 거나 지금 재건축 안 되게 된 걸 안 알려준 게 뭐가 다른가”하고 성토했다.

유치원 피해 학부모 가운데 진행상황을 교육청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들은 지역 주민 6600여명의 서명을 모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면담을 수차례 청했으나 서울시교육청이 모두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내놓지 않았다. 사진=서동일 기자
학부모들은 지역 주민 6600여명의 서명을 모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면담을 수차례 청했으나 서울시교육청이 모두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내놓지 않았다. 사진=서동일 기자

■"1만명 서명이면 만나줄까요"
이씨를 비롯한 학부모들은 지난달 20일 지역 주민 6650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교육청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을 방문했다. 이들은 방문에 앞서 수차례 2년 전 약속 당사자인 조희연 교육감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교육청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씨는 “여러 번 만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절차가 안 되고 뭐가 안 돼 만날 수 없다고만 하더라”며 “3300명 (서명을) 더 받아서 1만명을 채우면 그때는 만나주실 수 있을까”하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붕괴 당시 유치원에 아이를 보냈던 유정인씨(39·여)는 “2년 전 무너졌을 때 일하던 (교육청과 구청) 담당자들은 다 보직이 변경됐는데 (새 담당자들은) 인수인계도 안 돼 상황도 모르고 엉망진창이더라”며 “우리가 떠나면 이 문제가 ‘그냥 잊혀지겠지’하고 (교육청이) 무책임하게 기다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동작구 유일 공립 단설유치원인 서울상도유치원은 2018년 9월 6일 밤 인근 다세대 주택 흙막이가 무너지며 건물 일부가 붕괴됐다. 당일까지 정상 등원했던 원아 122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고 전날 교육청 관계자와 유치원 원장, 시공사, 감리업체 등이 건물 1층 옹벽에 금이 간 부분을 놓고 논의를 벌인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이 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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