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붕괴 피해 학부모 "소통 없었다"
"잘 되는 줄 알았는데" 답답, 분노 표출
약속 당사자 조희연 교육감에 면담요청
6600명 서명 받아도 얼굴 못보고 '헛걸음'
[파이낸셜뉴스] 2년 전 붕괴된 서울상도유치원 학부모들이 "유치원을 다시 지어주겠다"던 교육감 약속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시 유치원 재건립이 여타 이유로 지연될 경우 사유 및 대책 등을 통보해 주겠다고 했으나 공사가 지연됐음에도 불구, 단 한 차례 설명도 없었다.
"잘 되는 줄 알았는데" 답답, 분노 표출
약속 당사자 조희연 교육감에 면담요청
6600명 서명 받아도 얼굴 못보고 '헛걸음'
붕괴 원인을 따지는 소송 등의 문제로 유치원 부지는 방치된 상태다. 이 자리에 새 건물을 지어 2022년부터 원아를 수용하겠다는 계획도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하다.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은 구민 등 66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청을 수차례 방문했지만 약속 당사자인 조희연 교육감은 만날 수 없었다. 교육청은 이제라도 소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속된 요청에도 교육감이 만나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재건축 좌절에도 2년 간 설명 전무
3일 서울시교육청과 유치원 붕괴 피해 학부모들에 따르면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이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붕괴 후속대책에 대한 소통을 사고 당시 이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2019년과 2020년까지 총 22개월 이상을 어떤 통보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약속됐던 유치원 재건축은 사실상 좌절됐다. 늦어도 내년 초엔 착공해야 하지만 예산도 잡히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붕괴사고가 주변 주택단지 공사 중에 난 거다 보니까 소송이 진행됐고 증거보존 여부가 주요 쟁점이 돼 철거가 늦어졌다”며 “인근에 다른 단설유치원 건설을 검토했는데 서울 특성상 부지 확보가 곤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부모에게 통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이다 보니까 좀 더 원활하게 해드렸어야 하는데 (소통하려는 노력을) 못 느끼신 부분은 양해를 드린다”며 “앞으로라도 희망하시면 지속적으로 안내 드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 당시 붕괴사건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이지영씨(33·여)는 “사건 때 불과 4시간 전 아이들이 있던 유치원이 무너져버리는 걸 보고 '왜 (붕괴위험이 있다는) 말을 안 해줬느냐' 물었더니 관계자가 ‘무너질 줄 몰랐다’고 해 하늘이 노래졌었다”며 “그래서 학부모들이 (교육청과 구청이 참여한) 협의회에서 미리 문제가 있으면 공유를 꼭 좀 해달라고 얘기했고 그때 약속한 답변 내용이 서면으로 만들어졌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당연히 연락이 안 오니 잘 되고 있겠거니 했는데 너무 황당하다”며 “2년 전 유치원에 금이 간 사실을 알리지 않은 거나 지금 재건축 안 되게 된 걸 안 알려준 게 뭐가 다른가”하고 성토했다.
유치원 피해 학부모 가운데 진행상황을 교육청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만명 서명이면 만나줄까요"
이씨를 비롯한 학부모들은 지난달 20일 지역 주민 6650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교육청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을 방문했다. 이들은 방문에 앞서 수차례 2년 전 약속 당사자인 조희연 교육감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교육청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씨는 “여러 번 만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절차가 안 되고 뭐가 안 돼 만날 수 없다고만 하더라”며 “3300명 (서명을) 더 받아서 1만명을 채우면 그때는 만나주실 수 있을까”하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붕괴 당시 유치원에 아이를 보냈던 유정인씨(39·여)는 “2년 전 무너졌을 때 일하던 (교육청과 구청) 담당자들은 다 보직이 변경됐는데 (새 담당자들은) 인수인계도 안 돼 상황도 모르고 엉망진창이더라”며 “우리가 떠나면 이 문제가 ‘그냥 잊혀지겠지’하고 (교육청이) 무책임하게 기다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동작구 유일 공립 단설유치원인 서울상도유치원은 2018년 9월 6일 밤 인근 다세대 주택 흙막이가 무너지며 건물 일부가 붕괴됐다. 당일까지 정상 등원했던 원아 122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고 전날 교육청 관계자와 유치원 원장, 시공사, 감리업체 등이 건물 1층 옹벽에 금이 간 부분을 놓고 논의를 벌인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이 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