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스가, 온실가스 정책 속도전 왜?...'바이든 코드' 조준 [도쿄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0 16:27

수정 2020.12.10 16:34

내년 4월 께 美바이든 기후변화 대응 정상회의 개최 
기후변화 낙제생에 가까웠던 日 
美, EU 주도 질서에 발언권 확보 위해 
'모범생'으로 탈바꿈...美와 공조는 필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연일 몰아치듯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부분에 있어 '낙제생'에 가까웠던 일본을 '모범생'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인데, 일본이 유럽·중국에 비해 기후변화 대응에 뒤졌다는 위기감이 한 몫하지만, 미국 바이든 정권을 향한 '코드 맞추기'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일본 정가와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100일 안에 열겠다는 '기후 변화 정상회의'에 들고갈 나름의 성과물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정부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 첫 번째로 정상회담을 치르겠다는 각오이나, 양국의 정치 스케줄 상 내년 봄 바이든 대통령이 개최할 기후변화 대응 정상회의가 첫 대면 자리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기후변화 세계 정상회의가 스가 총리 취임 후 첫 방미 기회가 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내년 1월 20일) 첫 날 파리협약에 재가입한 뒤, 취임 100일째가 되는 날 곧바로 전 세계 정상들과 함께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4월 말께 주요국 정상들과 '기후변화'라는 단일 의제를 들고, 첫 다자간 대면 자리를 갖는 것이다. 이미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라는 '거물급' 기후변화 특사도 내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뉴시스

지난해 유엔이 당시 아베 신조 총리의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 연설을 거절한 사례가 있어, 이번에 더욱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유엔은 아베 정권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한다는 점을 문제 삼아 아베 총리의 연설 신청에 거절 딱지를 놨었다.

굴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를 대표해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한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 담론은 재미있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모호하고 가벼운 말로, 일본 국내외적으로 빈축을 사기까지 한 것이다. 이 발언으로 그는 한국 네티즌들로부터 '펀, 쿨, 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랬던 고이즈미 환경상은 물론이고, 고로 다로 행정개혁상은 이날 국가기관에서 조달하는 전력의 30%이상을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스가 총리는 이미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2조엔(약 20조8000억원)규모의 탈탄소 관련 연구·개발 지원 기금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2030년 중반부터 휘발유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도요타가 지난 9일 출시한 수소 연료전지자(FCV)인 신형 미라이. 로이터 뉴스1
도요타가 지난 9일 출시한 수소 연료전지자(FCV)인 신형 미라이. 로이터 뉴스1

일본 정부는 속도를 내고 있다. 더욱 혹독해질 새 기후변화 질서에서 일정 수준 발언권을 확보하려면, 일본 역시 기후변화 대응 '모범생 그룹'에 들어가야 한다. 유럽은 '사감 선생님'처럼 이미 이슈를 주도한 지 오래다. 미국은 되레 기댈 언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은 지금까지 온난화 대책에 소극적이라고 보여져 왔다"며 "미국과의 공조는 녹색외교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상황을 빗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미국과의 공조도 발등의 불이다. 일본은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환경 문제 관련 미·일 정책대화를 연 이후, 지난 5년간 단 한 차례도 환경과 관련해 장관급 대화를 개최하지 않았다.
미국이 다시 민주당 정권으로 회귀하면서, 이제는 미·일 환경 대화 틀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