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여당 원내부대표 "구제하자" 입장
정세균 총리, 권덕철 장관도 찬성론
원칙 뒤집는 결정에 근거제시 無
[파이낸셜뉴스] 사실상 당정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 구제방침을 굳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민 여론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구제 가능성을 언급한 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까지 의사국시 재시험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정세균 총리, 권덕철 장관도 찬성론
원칙 뒤집는 결정에 근거제시 無
당 지지층을 비롯해 일반 시민까지 반대여론이 높지만 이에 대해 비판하는 국회의원은 뚜렷하게 없는 형편이다.
의료계에선 의대생 2700명은 구제돼도 내년 인턴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불과해 간호사 등 보다 정규적이고 경험 많은 인원을 충원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본지 10월 12일. ‘''국시 거부 후폭풍' 의사 수급 비상… 의료체계 개선 신호탄될까’ 참조>
■당정 입 맞췄나···의대생 구제 입장 속속 내놔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및 의사양성 확대에 반대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 2700여명을 구제하는데 반대하지 않는 여당 내 의원이 적지 않다.
반면 의대생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은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 1월 곧바로 국가고시를 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힌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발언이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의사 출신이기도 한 이 부대표는 "의과대학 졸업예정자들은 코로나 19 현장에서 자원봉사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며 "이들이 정식 의사가 돼 감염병 전쟁의 최전방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2700명의 소대장이 될 수 있도록 의사국시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앞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장관 임명 청문회 자리에서 의대생 구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 장관은 후보자이던 지난 22일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께서 이 부분을 충분히 이해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국회가 용인할 경우 의대생 구제에 문턱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주장은 행정 총괄 책임자인 정세균 국무총리 발언 이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 "국민 여론이 바뀌는 것 같다"며 "여론 때문에 굉장히 신중한 입장이었는데 조만간 정부가 현실적인 여러 가지 상황도 감안해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여권 인사가운데 공식석상에서 처음 나온 의대생 구제 의견이었다.
정치권에선 의대생 구제에 유일한 난관이 국회 내 여론을 의식하는 일부 의원들의 반대입장 뿐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非의사 현장 의료인 비판입장 높아
의사를 제외한 의료계 집단과 시민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인턴의 존재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비판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일선 의료원 한 관계자는 "현재 봉사자 포함해 파견인력은 제대로 된 전문성이 파악되지 않다보니 현장에서 역할이 제한적인 게 사실"이라며 "인턴 수급보다는 실질적으로 경력 있는 간호사나 의사들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인턴이 투입돼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한정적"이라며 "민간병원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충분한 교육을 거쳐 코로나 상황에 지원되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게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주장했다.
간호협회 한 관계자는 "코로나 병상과 중환자실을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은 숙련된 간호사인데 워낙 이직과 사직이 많고 현장의 간호사 부족 현상이 만성적이다 보니 인력을 충원하기가 쉽지 않다"며 "코로나 환자 담당 인력 구성 현황을 중수본에서 파악하고 있을 텐데 협회에서 파악해보려고 해도 그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 의료계에선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거부 이후 인턴과 레지던트에 의존하는 일선 병원의 왜곡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본격적인 인력충원 및 체질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의대생 구제 가능성이 언급된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반대 청원이 올라와 수만명의 동의를 얻기까지 했다. 이 같은 여론을 고려해 찬성론자들도 섣불리 여론조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청원에 참여한 김모씨(25)는 "정부가 나서서 지켜져야 마땅한 원칙을 어기려고 한다는 게 문제"라며 "국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데 의대생에게 특혜를 주고 싶다면 왜 줘야 하는지를 말이 아닌 명백한 근거를 들고 와 설득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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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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