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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살에도 무대 서던 열정의 패션 거장' 피에르 가르뎅 타계

조윤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30 07:08

수정 2020.12.30 07:20

피에르 가르뎅. © 로이터=뉴스1 /사진=뉴스1
피에르 가르뎅. © 로이터=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패션계의 '전설'인 프랑스의 세계적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이 향년 98세의 나이로 29일(현지시각) 타계했다.

일간 르몽드 등 외신은 이날 오전 피에르 가르뎅이 일드프랑스 뇌이쉬르센의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음을 유족이 밝혔다고 전했다.

유족은 "우리는 그가 일생 동안 보여줬던 끈질긴 야망과 대담함이 자랑스럽다"며 "그는 세기를 넘나들며 프랑스와 세계에 독특한 예술적 유산을 남겼다"고 추모했다.

192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피에르 가르뎅은 그가 2살이던 해에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이주했다.

그는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자라 17세의 나이에 재단사 수습생으로 일하며 여성복을 전문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후 1944년 패션의 도시 파리로 이사한 피에르 가르뎅은 유명 디자이너 밑에서 영화 촬영에 쓰이는 의상 등을 제작했다.
그는 이때 장 콕토 감독의 영화 '미녀와 야수(1946)' 의상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콕토 감독에게 크리스챤 디올을 소개받아 함께 일한 뒤에는 1950년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설립했다.

피에르 가르뎅은 1954년 엉덩이 부분을 둥그렇게 부풀린 모양의 '버블 드레스'를 선보이며 명성을 얻었다. 이후 1959년엔 디자이너 중 처음으로 프렝탕백화점에서 기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피에르 가르뎅의 손을 거친 의상들은 디자인 자체가 기하학적 형태거나 기하학적인 문양을 품고 있어서 미래지향적인 '우주 시대 룩'을 창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1960년대부터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셔츠뿐 아니라 향수, 선글라스, 물병 등 수백 가지 제품을 선보이며 전성기 땐 1천 개가 넘는 라이선스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엔 중국 베이징 자금성에서 처음으로 패션쇼를 선보인 최초의 서양인, 1991년엔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패션쇼를 올린 최초의 디자이너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2년 7월 90세의 나이에도 컴백 작품 발표회를 가지는 등 노년까지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당시 발표회에서 "나는 아직 내일을 위한 가솔린(에너지)을 갖고 있다"면서 "이 일을 시작할 때는 가장 어렸는데 이제는 가장 나이가 많아도 여전히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는 피에르 가르뎅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이를 기성복으로 만들어 대중화시키며 일생을 풍미했다고 평가했다.

jo@fnnews.com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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