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투명치과 파산선고··· 파산자도 의사 가능할까 [김기자의 토요일]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2 10:16

수정 2021.01.14 14:57

파산선고 뒤 복권 안 돼도 의사 '가능'
다른 전문직 '불허'··· 의사 특혜 논란
환자보호 3법 중 규제 법안에 관심
투명치과 파산선고 뒤 '복권'될까
[파이낸셜뉴스] 범죄를 저지른 의사 면허를 규제하자는 입법요구가 국회에서 또다시 좌절됐다. 국회 여론조사에선 국민 90.8%가 면허 제한 강화에 찬성했지만 국회 분위기는 그와는 전혀 다르다.

의사면허 규제 강화 법안 중 지난 정기국회에서 특히 비판이 많았던 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이 법에선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사람’이 의사를 할 수 없도록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강 의원은 파산선고 후 복권되지 않는 경우는 매우 특수한 경우란 점을 강조했다. 채무자가 사기파산을 하거나 파산 사실을 감추고 신용거래를 해 재산을 취득하는 등 부적절한 경우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본지 2020년 12월 5일. ‘[단독] '환자보호 3법' 누가 반대했나··· 11명 중 찬성 3명 뿐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2000여명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받고 제대로 진료하지 않아 논란이 된 투명치과 원장 강모씨가 최근 파산선고를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해 12월 강모 투명치과 원장이 낸 파산신청을 받아들였다. 피해자들은 파산이 확정되면 빚을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하고 있다. 법원은 이달 2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는다. fnDB
서울회생법원이 지난해 12월 강모 투명치과 원장이 낸 파산신청을 받아들였다. 피해자들은 파산이 확정되면 빚을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하고 있다. 법원은 이달 2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는다. fnDB

■법원, 투명치과 원장에 간이파산 선고
2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회생법원이 강모 투명치과 원장의 파산신청을 받아들여 간이파산을 선고했다.

강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투명치과를 운영하며 투명교정 시술을 했다.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2000여명의 환자에게 124억원의 교정 시술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2018년 5월 한 방송국이 투명교정 문제를 보도하며 불거졌다. 투명장치로 교정되지 않는 환자에게 투명교정을 권하고 인증되지 않은 교정장치를 사용했다는 내용 등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 원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은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은 강 원장이 파산선고로 빚진 돈을 다 갚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실제 보고된 강 원장 재산은 70억원 규모지만 채무는 2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자는 일반 피해자 외에도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롯데카드, 비씨카드 등 금융사가 다수 들어있다.

법원은 면책신청 이의제기를 1월 27일까지 받을 예정이다. 이후 이의신청을 고려해 면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면책이 받아들여지면 채권자들은 강 원장 현재 자산으로 일부 변제받고 남은 금액은 받지 못한다.

면책불가사유로는 채무자가 재산을 숨기거나 헐값에 판 경우, 기망행위를 통한 사기로 채무를 진 경우 등이 규정돼 있다. 강 원장의 행위가 사기로 받아들여질 경우 면책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투명치과 피해자들은 투명치과에서 받은 진료 내용은 물론, 진료비를 받고 진료를 제대로 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에 해당한다며 복권되지 않도록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강 원장은 파산신청에 앞서 채무 98%를 탕감해달라고 회생신청을 했지만 채권자 이의제기로 기각당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해 여당 의지에 따라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정기국회와 이번 임시국회에서 환자보호 3법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파산선고 후 복권되지 않은 자가 의사를 할 수 없도록 한 개정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주요 쟁점이었다. 사진=서동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해 여당 의지에 따라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정기국회와 이번 임시국회에서 환자보호 3법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파산선고 후 복권되지 않은 자가 의사를 할 수 없도록 한 개정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주요 쟁점이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산선고 후 복권되지 않은 자'는 누구?

투명치과 사례는 환자보호 3법 중 의사면허 규제 강화 법안과 맞닥뜨려 시사점이 크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파산선고 후 복권되지 않은 자가 의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점이 지난 국회에서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강 의원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변리사, 법무사 등이 모두 파산선고 후 복권되지 않은 자에게 자격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의사도 마찬가지 제한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에 대해서도 면허를 규제하도록 했다.

강 의원은 “2001년에 나온 대법원 판결이 있다”며 “‘현행 의료법이 파산선고를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것은 의료행위를 계속할 경우 무리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본인의 본연의 업무를 벗어날 우려가 있고 나아가 파산으로 인해 심리적 파탄 상태에 있는 의료인으로부터 진료를 받는 국민에게 발생할지 모르는 국민 건강 보건상의 해악이 해당 의료인으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계속하게 함으로써 얻게 되는 의료인 본인 및 공공의 이익에 비해 훨씬 크다는 입법자의 재량판단에 따라 이루어졌다’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 역시 파산선고 뒤 복권되지 않은 자에겐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 같은 설명에도 반대 입장의 의원들은 파산선고 후 복권되지 않은 자의 의사면허를 박탈하는 게 부당하다며 집요하게 비판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정기국회에선 결국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임시국회에서도 미끄러졌다.

결국 현행법에 따르자면 투명치과 강모 원장도 파산선고가 확정되고 복권되면 다시 병원을 열고 치과의사로 일할 수 있다. 사기혐의 재판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마찬가지다. 의료법을 어기지만 않는다면 의사면허를 규제하지 않고 있는 법적 허점 때문이다.

의사면허 규제 강화 법안과 마찬가지로 국민 찬성여론이 90% 내외에 달하는 행정처분 의사 이력공개법과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도 여전히 국회 첫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 24명 중 15명을 차지해 자력으로 법안 통과를 시킬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과반 이상 의원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지만 법안 통과를 당론으로 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환자보호 3법 찬반여론
(%)
찬성 반대
의료인 면허 규제 강화 90.8 9.2
행정처분 이력 공개 92.7 7.3
수술실CCTV 법제화 89 1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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