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액체 갈륨으로 반죽해 복합소재 쉽게 만든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4 09:56

수정 2021.01.04 09:56

IBS 로드니 루오프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팀
흑연 섞으니 전자파 차단 기능 우수
다이아몬드 섞어 방열 소재로 가능
순수한 액체 상태의 갈륨에 흑연을 섞은 뒤 저어주면 밀가루 반죽 같은 형태의 전자파 차단 기능을 가진 복합소재가 만들어진다. IBS 제공
순수한 액체 상태의 갈륨에 흑연을 섞은 뒤 저어주면 밀가루 반죽 같은 형태의 전자파 차단 기능을 가진 복합소재가 만들어진다. IBS 제공


[파이낸셜뉴스] 밀가루에 첨가물을 넣어 반죽의 맛을 내듯, 각종 입자를 섞어 원하는 성질의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연구진이 이를 응용해 기존 전자파 차단 소재와 방열 소재보다 우수한 성능의 소재를 만들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로드니 루오프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팀은 액체 갈륨에 각종 충전 입자를 혼합한 기능성 복합소재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이번 연구가 CPU의 방열판, 전자파 차폐 소재, 의료용 임플란트 등 유연한 전자소자가 필요한 분야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액체 갈륨과 흑연을 혼합해 만든 전자파 차단 소재를 시험한 결과 최대 75dB(데시벨)의 전자파를 차단했다. 이는 기존 상업용보다 2.5배 성능을 가졌으며 국방용보다도 월등하다. 또 다이아몬드 입자를 혼합해 만든 방열소재는 최대 110W/mK의 열전도율을 보였다.

반도체와 트랜지스터에 쓰이는 갈륨은 우수한 물리적 성질에 비해 성형이 어려워 제조가 까다롭다. 녹는 점이 29.8℃인 순수 갈륨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게다가 표면장력이 높아 액체 상태에서 서로 분리해내기 쉽지 않다.

제1저자인 춘훼이 왕 연구위원은 "반죽 형태의 갈륨 복합소재는 별다른 표면 처리 없이도 재료의 표면을 코팅하거나,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액체 상태의 갈륨에 충전재를 혼합해 밀가루 반죽과 같은 꾸덕꾸덕한 상태로 만들었다.

우선 액체 갈륨에 환원된 흑연 산화물을 혼합하면 전자파 차단 소재로 응용할 수 있다. A4 종이에 액체 갈륨과 흑연을 혼합한 복합 소재를 코팅하자, 최대 75dB(데시벨)의 전자파 차단 성능을 나타냈다. 기존 흑연의 차단 효율(20dB)을 3.8배가량 향상시킨 것으로 상업용(30dB 이상)은 물론 군사용(60dB 이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전자파 차단 성능이다.

또, 다이아몬드 입자를 혼합한 복합소재는 방열 기능이 있다. 연구진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과 함께 액체 갈륨-다이아몬드 복합 소재의 열전도율을 평가했다. 순수한 갈륨의 열전도율은 약 30W/mK이다. 그러나 다이아몬드가 들어간 복합 소재는 다이아몬드 입자 크기에 따라 최대 110W/mK의 열전도율을 보였다.
열전도도가 높을수록 열전도가 잘 되므로, 전자기기의 발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공동 교신저자인 벤자민 커닝 연구위원은 "현재 시판되는 최고 수준 방열소재의 열전도율은 79W/mK 정도로 이보다 50% 이상 높은 효율을 나타내는 소재를 제조할 수 있었다"며 "액체 갈륨-다이아몬드 소재를 방열소재로 활용한 실제 응용 실험에서도 높은 성능을 입증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권위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일자(한국시간)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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