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카지노서 사라진 현금 145억원…5만원권 007가방 48개 분량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7 16:20

수정 2021.01.07 16:21

제주신화월드 랜딩카지노서 희대 절도사건 발생
경찰, 용의자 말레이시아 국적 여성 임원 추적중
현금 다발 무게만 약 280kg, 항공기 반출 어려워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 [사진=제주신화월드]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 [사진=제주신화월드]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설에 보관 중이던 현금 145억6000만원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범행수법과 현금 운반과정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5만원권을 기준으로 사라진 돈의 무게가 300kg 가까이 돼 공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복합리조트단지인 제주신화월드에서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지난 4일 시설 내에서 보관 중이던 145억6000만원이 도난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6일 서귀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용의자는 금고를 관리하던 말레이시아 국적의 여성 임원 A씨로 추정되고 있다. 혐의는 횡령이다.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제주신화월드 모기업인 홍콩 상장법인 란딩인터내셔널의 한국 내 자회사다.
람정 측은 지난 5일 관련 내용을 홍콩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해당 공시에는 "시설 내 자금 145억여원(약 1억380만 홍콩달러)이 사라진 상태이며, 자금 담당 직원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 5만원권 지폐 장수만 29만1200장

사라진 돈은 한화 현찰이다. 모두 5만원권 지폐로 전해졌다. 지폐 장수만 29만1200장에 달한다.

5만원권 지폐 1장의 무게로 알려진 0.97g으로 계산하면, 현금다발 무게만 약 280kg에 이른다. 돈의 액수도 많지만, 전체 크기와 무게를 고려할 때 운반방법과 행방에 더욱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인 007 서류가방 크기에 5만원권 지폐 약 3억원이 들어가는 걸 가정하면, 약 48개 분량이 나온다. 6억원 가량을 담을 수 있는 라면박스는 총 24박스에 해당한다. 과거 비자금 사건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10㎏들이 사과박스에 담아 옮긴다면, 약 12개 분량이 나온다.

A씨가 만약 이미 항공편을 통해 외국으로 출국했다고 해도 한화를 직접 가지고 나가기는 힘들다. 공항을 이용하려면, 사람은 물론 화물도 검색대를 반드시 통과해야 해 공항을 이용해 반출했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추측된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가 빽빽히 설치된 보안시설에서 280kg에 달하는 현금 다발을 혼자 옮기기 쉽지 않은 만큼, 2명 이상이 공모해 범행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금을 빼돌릴 당시 랜딩카지노 내 CCTV 녹화 내용은 지워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지난해 12월말께 휴가를 낸 뒤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랜딩 측은 본사 자금을 보관하던 중 도둑을 맞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콩 자본으로 설립된 본사의 자금이 외화가 아닌 원화였다는 점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랜딩 측은 “사라진 돈이 랜딩카지노 운영자금이 아닌 본사인 란딩인터내셔널 자금으로 당장 카지노 운영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부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어 별도의 자료를 통해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랜딩카지노는 2018년 제주신화월드 개장과 함께 영업을 시작했다.
이른바 큰 손으로 불리는 중국인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호황을 맞기도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지난해부터 경영이 크게 악화한 상태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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