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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도 투자한 비트코인… 투기 오명 벗고 ‘안전자산’ 부상 [2021 블록체인 진단-비트코인]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7 17:33

수정 2021.01.17 17:33

美·유럽 기관들 대량 매수 가세
코로나 시대 金 능가하는 인기
조정 후 바로 회복 ‘신뢰’도 높여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자리매김
연기금도 투자한 비트코인… 투기 오명 벗고 ‘안전자산’ 부상 [2021 블록체인 진단-비트코인]
비트코인(BTC)이 연일 최고가를 새로 쓰더니 조정기를 거쳐 바로 회복세를 연출하면서 글로벌 투자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산운용사와 상장사,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하면서 비트코인은 과거 '투기자산'의 오명을 벗고 '투자자산'으로 시장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인 양적완화 환경에서 안전자산으로 부상한 비트코인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 비트코인 투자 본격화

17일 비트코인트레저리스에 따르면 세계 최대 디지털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은 지금까지 약 120억달러(약 13조원) 가량의 자금을 모아 가상자산에 투자했으며, 대부분 비트코인이다. 그레이스케일은 다양한 종류의 신탁과 펀드를 통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ETH)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모든 기관투자자들 중 가장 큰 규모의 비트코인 포트폴리오를 운용 중이다.


기업분석 및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로 나스닥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는 현재 약 7만47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수수료를 포함한 투자비는 약 11억5500만달러(약 1조2700억원)로 1개 구매비용을 환산하면 1만5964달러(약 1760만원)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약 3만달러(약 33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두배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169년된 미국 보험회사 매사추세츠뮤추얼(Massachusetts Mutual Life Insurance)도 펀드운용사 NYDIG을 통해 최근 1억달러(약 1100억원) 상당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JP모건은 이와 관련해 "초고액자산가, 보험회사, 연기금에 이르기까지 비트코인 투자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만든 전자결제 회사 스퀘어는 지난 해 10월 5000만달러(약 550억원)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스퀘어는 당시 "비트코인은 전세계 사람들이 글로벌 통화 시스템에 참여해 각자의 금융 미래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금'보다 '비트코인'"

최근 비트코인 투자에 기관투자자들이 뛰어든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주요 국가들의 양적완화 영향이크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량으로 현금을 풀었고, 이는 현금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게 기관투자자들의 판단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해 총 12조달러(약 1경3242조원)를 투입했다고 전했다.

IMF는 또 올해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채무 비율이 125%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지출 비용에 따른 주요국의 채무 비율 124%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직후의 채무 비율은 89%였다. 인위적인 통화정책에 따라 현재 세계 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불안한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투자처는 '금'이었다. 금은 가장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그러나 금 투자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어느 정도 거래되고 있는지 곧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비트코인은 위조가 불가능한 분산원장에 기록되고, 금처럼 생산량이 유한해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적다. 금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지만 투명하게 관리되고 최근에는 페이스북, 페이팔, 비자 같은 거대기업을 통해 활용성까지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비트코인을 '21세기의 금'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고가->짧은 조정->회복

다만 2017년 비트코인 급락 사태를 떠올리며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실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주 4632만원으로 신고가를 찍은 뒤 5일만인 13일 3745만원까지 900만원 가량 급락했다. 현재는 4000만원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성장의 체력을 갖췄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연일 신고가를 새로 쓰면서 급등하던 비트코인이 연초 짧은 조정기를 거친 뒤 바로 가격 회복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조정기를 거치면서 장기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뢰를 굳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 분석 방법 중 하나인 '피보나치 조정비율(Fibonacci Retracement)'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2만9752달러(약 3238만원)를 상회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전통 기관투자자들의 자본이 비트코인에 편입된 이상 가격하락을 두고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김서준 대표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대규모 양적완화 환경에서 오늘 내가 가진 100만원의 가치가 내년에도 100만원이 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위험회피(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최근 인기있는 자산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짚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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