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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시약으로 만드는 것보다 시약 관리에 집중"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1 14:54

수정 2021.01.21 14:54

김건우 스마트잭 대표이사
'랩매니저' 앱으로 시약 관리
김건우 스마트잭 대표이사
김건우 스마트잭 대표이사


[파이낸셜뉴스] "사람들은 지금까지 시약으로 무엇을 만들것인가에 집중했지만 스마트잭은 시약을 스마트하게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집중했다."
김건우 스마트잭 대표이사는 21일 서울 성동구 뚝섬로의 본사에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아무도 보지 못했던 고릴라를 봤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는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실험이 나와 있다. 사람들에게 영상속의 사람들이 농구공을 몇번 튀기는지 세어보라고 한다. 영상이 끝난뒤 사람들 사이로 지나가는 고릴라를 보지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

김 대표는 "시장은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보다 지금까지 관심이 없었을뿐 이미 오래전부터 시장은 존재하고 있다"면서 "이게 바로 스마트잭이 추구하는 스타트업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에 창업한 스마트잭은 2018년 매출이 4500만원, 지난해에는 10억원을 돌파했다.
이 스타트업의 무기는 '랩매니저'라는 국내 유일의 연구실 시약관리 애플리케이션(앱).

김건우 대표는 '랩매니저'를 개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우연히 불려간 선배의 대학연구실. 선배는 김 대표에게 실험실에 빼곡히 쌓인 여러 화학 약품들을 정리할 방법을 물어왔다. 기본 핵심기능만 담은 앱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김대표의 선배 실험실 뿐만이 아니다. 국내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과학기술자들. 이들의 연구실에서 세계 최첨단의 제품들이 탄생했지만 정작 결과물을 얻기위해 사용된 다양한 화학약품은 20세기 초에 관리하는 방식과 다를바 없었다.

스마트잭의 랩매니저는 그동안 긴 영어 이름으로 된 화학약품을 구매부터 관리까지 일일이 손으로 작성했던 것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라벨이나 바코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입력된다. 스마트잭은 랩메니저의 기능과 관련해 지난해 12월말 국내 최초로 '유해인자 자동 등록' 특허를 출원했다.

2020년 가을, 스마트잭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58억원 규모의 '2020년 연구실별 유해인자 현황조사 사업'을 수행했다. 김 대표는 "50억원 이상의 국가과제에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우리가 유일하게 있어서 선정됐다"고 말했다. 국가과제 선정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과제선정 여파가 실제 여러 대기업에서 랩매니저를 사용하겠다는 문의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계획이 세가지. 첫째로 바이오연구실까지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로 화학물질을 다루는 연구실 사업을 해왔다. 바이오 연구실의 다양한 항원물질은 화학약품처럼 인쇄된 라벨이 없어 앱이 인식할 수 없었다. 김 대표와 스마트잭 식구들이 지난해말 결국 앱이 항원물질을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두번째 지난 18일 오픈한 랩 매니저 스토어 활성화다. 김 대표는 "시약 관리는 등록부터 사용현황 파악, 폐기 후 구매까지를 포함한다"면서 "시약구매 창구 역할을 하는 마켓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진출이다. 미국 시장은 1조5000억원 시장이라고 보고 있는 국내보다 10배 크다.
김 대표는 "현재 미국에 스마트잭과 유사한 스타트업이 두곳이 있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능은 랩매니저보다 못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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