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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상업보존구역도 아닌데 왜? 제주신화월드 대형 매장 논란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8 05:00

수정 2021.01.28 11:18

람정제주개발, 내년 3월 매장 8834㎡ 규모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 추진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 허가 놓고 기존 상인회와 지역주민 찬·반 갈등↑
서귀포시 안덕면·대정읍 지역 자생단체에서 내건 제주신화월드 프리미엄 전문매장 찬성 현수막
서귀포시 안덕면·대정읍 지역 자생단체에서 내건 제주신화월드 프리미엄 전문매장 찬성 현수막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신화월드 복합리조트 내 대규모 프리미엄 전문매장 개설을 놓고 지역주민·상인단체 간 찬·반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제주도상인연합회 소속 상가 번영회에서는 “제주도가 조례상의 유통산업발전시행계획과 실태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을 내줬다”며 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제주신화월드가 있는 서귀포시 안덕면 지역주민들은 국내·외 관광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들면서 서귀포시에 프리미엄 전문점 유치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 쇼핑아울렛 전락 자명…점포 허가 취소 촉구

복합리조트단지인 제주신화월드 운영사인 람정제주개발㈜는 지난달 25일 서귀포시로부터 대규모 점포 개 등록증을 발급받았다.

람정 측은 서귀포시에 낸 점포 등록 신청서를 통해 제주신화월드 메리어트관 지하 1·2층 자리에 내년 3월 영업장 1만4282㎡·매장 8834㎡ 규모의 가칭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을 개장할 계획이다.

제주신화월드 상점가
제주신화월드 상점가

전문매장이 들어설 곳은 단지 내 쇼핑 숍과 맛집이 모여 있는 ‘쇼핑 스트리트’다.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이 운영됐던 곳이다. 공사는 시내면세점 개점 4년 만에 154억원의 적자를 내고, 지난해 4월29일 사업에서 손을 뗐다.

■ 중복 브랜드 최소화·상생협의회 구성 의견도

찬반 대립도 격화될 조짐이다. 제주도상인연합회에 이어 제주도소상공인연합회도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로 인해 전국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면서 “제주신화월드 내 대규모 프리미엄 전문점은 도내 소상공인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도내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점포 허가 등록을 취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해당 매장에서 할인행사를 한다면, 사실상 쇼핑아울렛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며, 지역상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중소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의회 의원 19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제주도에 제주신화월드 대규모 프리미엄 아웃렛에 대한 허가를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허가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서귀포시 중정로 상가 번영회의 절대적인 반대 의견은 묵살됐다”며 “제주의 지리적·상권적 특수성을 고려한 제주시 상인단체 의견 청취는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 지역주민 “지역경제 회생·고용창출…꼭 유치”

반면 서귀포시 서부지역 주민들은 찬성 입장이다. 제주신화월드 인근의 서광동리·서광서리·동광리마을회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안덕면·대정읍·중문동·예래동지역 연합회도 청년회 명의로 서귀포시에 제주신화월드 프리미엄 점포 유치 업무처리에 대한 적극 지원과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접수했다.

이와 함께 안덕면·대정읍·중문동·예래동연합청년회, 안덕면청년회의소, 서광서리 공동목장조합, 서광서리 마을회·노인회·청년회·부인회 등에서는 지역 곳곳에 프리미엄 전문점 유치 환영·찬성 현수막도 내걸었다. 산남(서귀포시)·산북(제주시)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대규모 프리미엄 전문매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제주신화화월드 랜딩컨벤션센터
제주신화화월드 랜딩컨벤션센터

일각에선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도 문 닫은 데다, 1조7000억원이나 투입된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단지에 이렇다 할 쇼핑시설물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기존 상권도 마냥 반대할 게 아니라, 중복 브랜드 최소화·상생협의회 구성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상권이 갖고 있는 아이템들과 중복되지 않고, 입지에 최적화된 콘셉트로 차별화된 브랜드를 적극 유치함으로써, 신·구 상권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 적극 강구하자는 것이다.

■ 서귀포시 “상인회 반대한다고 등록 거부하나”

차제에 쇼핑과 관광을 접목해 서귀포시 서부지역 관광자원과 기존 상권·전통시장을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도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한편 제주신화월드 프리미엄 전문점에 대해 허가권자인 서귀포시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형 유통점포의 출점이 제한된 전통상업보존구역도 아니며, 소상공인단체 등에서 반대한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람정 측도 올 상반기 안에 법과 절차에 따라 매장 개설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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