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관개시스템 개발 김민영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보다 나은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마음 먹은 뒤 미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기후변화에 대비해 제어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그가 개발한 기술은 국내 최초 '작물 수분 스트레스 진단 및 인공지능 스마트 관개시스템'이다. 작물은 광합성을 하는 동안 많은 물을 잃으면서 잎의 온도가 낮아지게 되는데, 작물이 수분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잎의 기공이 닫히면서 온도가 올라가게 된다. 이 관개시스템은 작물이 스트레스 환경에서 표현하는 생체반응(엽온)을 직접적으로 측정, 분석해 작물 수분 스트레스를 진단하고, 이 데이터를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분석해 최적화된 물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실제로 스마트 관개시스템을 블루베리, 오이, 사과 등 재배에 적용해 본 결과 수확량은 18~34%까지, 품질은 8~ 64%까지 향상됐다. 물 사용량(25~31%)과 물관리 노동시간(95%)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동안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기존의 물관리 방식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개선한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 적용하는 일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농업인들 중 새로운 기술보다 본인들이 쌓은 노하우를 고집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김 농업연구사는 "처음엔 그런 분들이 또 다른 산처럼 느껴져 새로운 기술을 설명하고 보급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하지만 정식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찾아가고 설명하고를 반복한 끝에 생산량과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고맙다면서 제 손을 잡아주실 때의 그 기쁨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컸다"고 말했다.
'자동관개시스템' '작물의 수분 스트레스 진단을 위한 관개시스템 및 방법' 등으로 특허 출원·등록한 스마트 관개시스템은 2018년부터 전국 200여 농가에 보급됐다. 대통령표창과 장관상뿐 아니라 농진청의 '2020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선정됐다.
김 농업연구사는 스마트 관개시스템을 농업 현장에 확대 적용할 경우 소득뿐 아니라 기타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녀는 "스마트 관개시스템을 활용하면 관행 대비 연간 1조7704억원의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약 540만t의 농업용수를 절약, 농작물 가뭄피해 복구비용 또한 765억원까지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노지 스마트농업을 고도화하고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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