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웃는 돌고래 ‘상괭이’ 멸종 막자…그물 탈출 장치 보급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1 02:17

수정 2021.02.01 03:09

30일 제주도 두모 해안서 사체 2구 발견…올 들어 13번째
안강망어업, 혼획 탓?…'해양 포유류 혼획 저감 어구' 보급 
지난 30일 제주시 한경면 두모 포구 인근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 [제주해경 제공]
지난 30일 제주시 한경면 두모 포구 인근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 [제주해경 제공]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 해안가에서 해양생물보호종인 상괭이 사체가 발견됐다. 제주해양경찰서는 지난 30일 제주시 한경면 두모 포구에서 길이 94㎝, 무게 15㎏ 가량의 상괭이 사체를 발견했다고 31일 밝혔다. 올들어 제주 해안에서 상괭이 사체가 발견된 것은 13번째다.

■ 해양생물보호종…불법 포획 흔적은 없어

제주해경은 이번에 발견한 상괭이 사체가 암수 구분이 안 될 정보로 부패가 심하지만, 작살류에 의한 불법 포획된 흔적이 없어 제주도에 인계 처리했다.

제주해경은 상괭이는 해양생물보호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조업 중 그물에 걸렸을 경우 조속한 구조를 위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제주 연안에 어장이 형성되면서 먹이를 쫓던 상괭이들이 그물에 어획 대상종과 섞여서 죽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 바 '혼획'이다. 대표적인 게 안강망(鮟鱇網)이다. 안강망은 조류의 흐름을 이용해 아주 긴 깔대기 모양으로 전개하여 설치하는 그물이다.

'웃는 돌고래' 상괭이 [세계자연기금(WWF) 제공]
'웃는 돌고래' 상괭이 [세계자연기금(WWF) 제공]

안강망 어업은 조류가 빠른 해역의 입구에 전개장치를 부착한 자루모양의 그물을 닻으로 일시적으로 고정시켜 놓고 조류에 밀려 그물 안에 들어온 대상물을 잡는 어업방식인데, 주로 잡는 어종은 참조기·막갈치·병어·고등어·아귀 등이다.

따라서, 상괭이와 같은 작은 돌고래류는 먹이를 쫓아 그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질식사한다는 것이다.

혼획되는 상괭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상괭이 탈출 장치'도 나왔다. 국립수산과학원이 개발한 '해양 포유류 혼획 저감 어구'다. 안강망 어구에 걸린 상괭이가 유도망을 타고 탈출할 수 있는 장치로, 해양수산부는 국비 10억원을 확보해 올해부터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일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 20일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 [핫핑크돌핀스 제공]

앞서 지난 19일과 20일에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에서 해조류 괭생이모자반과 해양쓰레기에 뒤엉켜 있는 상괭이 사체 2구가 발견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그물에 혼획된 질식사인지, 질병에 의한 병사인지, 사고사인지를 알면 상괭이 보전 대책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부패가 심해 사인을 밝히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 IUCN, '상괭이 보전 촉구 결의안' 채택

한편 상괭이는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포획은 물론 유통과 판매도 금지되고 있다. 늘 웃는 듯한 상냥한 표정이어서 ‘웃는 돌고래’라는 별명이 붙은 토종 돌고래다.
주로 서·남해와 동해 남부 연안에 서식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해 10월 멸종위기종 상괭이 보전 촉구 결의안도 공식 채택했다.
결의안은 상괭이 개체수 추세, 분포, 서식지 조사 등의 생태조사와 혼획 실태 모니터링, 혼획 외 위해요인 분석, 혼획 저감 계획 수립, 국가간 협의체 구성 등 총 5가지 활동에 대해 상괭이 서식지인 황해 인접 국가(한국·중국·북한 등)들이 기초 조사와 위해 요소 해결을 위해 협력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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