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 25개주 살인적 추위, 日 대지진 공포… 떨고 있는 지구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6 17:44

수정 2021.02.16 17:44

텍사스 유전 마비… 유가 급등
캔자스·미주리주 순환 단전
워싱턴·아이다호 홍수 위기
동일본대지진 여진 1만4590회
앞으로도 10년간 계속될 전망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15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차에서 눈을 털어내고 있다. 이날 겨울 폭풍으로 인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의 미주리주 공장이 문을 닫았으며 미 기상청은 최소 5000만명의 미국인이 영하 17.7도 이하의 맹추위를 견뎌야 한다고 경고했다. AP뉴시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15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차에서 눈을 털어내고 있다. 이날 겨울 폭풍으로 인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의 미주리주 공장이 문을 닫았으며 미 기상청은 최소 5000만명의 미국인이 영하 17.7도 이하의 맹추위를 견뎌야 한다고 경고했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도쿄=윤재준 기자 조은효 특파원】 미국에 유례없는 한파가 몰아닥쳐 텍사스주를 비롯한 25개주가 한파경보를 내렸다. 이번 추위는 국제유가까지 상승시키고 있다.
미국의 지구 반대편 일본에선 지난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 강진의 여파가 향후 10년간 계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대한 전세계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USA투데이는 25개주에 겨울 한파 경보가 내려졌으며 남부의 텍사스주에서 북동부 메인주 사이 3200km에 이르는 지역 주민 1억5000만명 이상이 한파 영향권에 포함돼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립 기상 서비스는 현재까지 국토의 70%에 눈이 내렸으며 중부 지방에 폭풍을 동반한 한파로 앞으로 수일동안 주민 5000여만명이 화씨 0도(섭씨 영하 18도) 이하의 강추위를 겪게 될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가 영하 26도, 미네소타주는 영하 39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오클라호마대 기상학 교수 제이슨 퍼타도는 AP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파는 역사적인 이벤트"라고 말했다.

이번 추위로 낙상과 차량 충돌 사고 등으로 4명이 숨져 켄터키와 테네시 등 일부 주정부는 시민들에게 위험하다며 도로 운전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난방 수요 증가로 인한 단전도 이어져 텍사스주에서 주민 430만명이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캔자스와 미주리주에서는 추위로 전기 수요가 늘자 순환 단전까지 실시하고 있다.

■텍사스 정제시설 한파로 가동중단

추위는 원유 정제 시설 가동 차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텍사스주 포트 아서는 걸프만 지역에 지금까지 없었던 한파로 정제시설의 가동이 멈춘 상태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60.08달러로 1% 올랐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텍사스주의 겨울 한파는 한 세대에 한번 있을만한 일로 샌안젤로에서는 지난 14일 25cm가 넘는 기록적인 적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휴스턴의 조지 부시 국제공항은 활주로의 얼음으로 2400여 항공편이 취소됐다.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아칸소의 주지사들은 고립된 운전자 구조 등의 임무를 지원하기 위해 주방위군에 동원령을 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텍사스주에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연방 재정 지원을 지시했다. 텍사스 등 남부의 적설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달리 중부와 오대호 지역, 뉴잉글랜드 지방 등 북동부에는 앞으로 폭설이나 겨울비가 15~30cm 내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추위와 폭설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홍수와 토네이도 발생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북서부의 워싱턴과 아이다호주는 빗물 하수구들이 막히면서 홍수 발생이 우려되고 있으며 남동부 플로리다와 앨라배마, 조지아주는 토네이도 주의보가 내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미국 한파는 북극 지역의 기온 상승이 제트기류를 약화시키면서 북극 소용돌이가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지 못해 미 전역에 추위가 들이닥친 것으로 전문가들이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10년간 대지진 여파 계속

일본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 등에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진도 1이상의 지진이 지금까지 무려 1만 4590회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그와 상관없이 지진 다발구역으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 지진 전문가들간에 의견이 분분하나, 향후 10년간은 이 지역에서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란 전망은 대체적으로 일치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6일 일본 기상청은 자료를 근거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 9년11개월 동안 1만4590회에 이르는 여진이 발생했다며 지난해 3월11일 이후 최근 1년 동안에도 350여차례나 된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진도 5이상은 80번이나 됐다. '진도 5'는 전등 등 매달린 물건이 심하게 흔들리고, 그릇이나 책이 떨어질 수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지진해일(쓰나미)도 8번 관측됐다.

지난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 강진과 뒤이어 발생한 크고 작은 여진들을 합하면 이 수치는 1만4650회 정도로 늘어난다. 강진 직후인 지난 14~15일 이틀간 후쿠시마현 해상에서는 규모 5이상의 지진이 세 차례나 발생했다. 규모 7.0 이상의 여진은 동일본대지진 직후와 이달 13일 지진을 포함해 모두 5차례다.

일본 기상청은 도호쿠 지방 최북단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남쪽 수도권 지바현에 이르는 남북으로 가로 약 350㎞, 세로 약 600㎞의 직사각형 모양의 구역을 동일본대지진의 여진이 발생하는 구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지진 전문가들은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이 앞으로 10년 정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후 10년이 지나서도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아하게 볼 수 있는데, 지진학에서는 보통 가능한 일로 여긴다. 지진조사위원회 위원장인 히라타 나오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10년이 지나 여진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적어도 지금의 상황은 앞으로 10년 정도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진으로만 규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동일본 대지진과는 별개의 원인으로 지진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후루무라 다카시 도쿄대 지진연구소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후쿠시마 앞바다는 40년 주기로 큰 지진이 빈발하고 있는 지역으로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이 아니라도 이번 지진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여진이라서 대수롭지 않다고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조은효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