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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코로나 백신 외교 레이스와 인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4 18:11

수정 2021.02.24 18:11

[서초포럼] 코로나 백신 외교 레이스와 인도
코로나 백신 획득이 어려운 이 마당에 인도 나린드라 모디 총리의 백신 외교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적 제약이 있는 국가들에 공평한 접근을 가능케 하기 위해 인도 외무부는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49개국과 유엔평화군에 백신을 무료로 제공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에릭 벨먼은 인도가 자국민에게 준 백신보다 3배 더 많은 백신을 수출하는 동시에 자국 내 백신 공급도 수호하는 전략을 내세웠다며, 인도가 글로벌 백신 외교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했다.

인도는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비실드'(인도 내 상표명)와 인도 기업 바라트 바이오텍이 개발한 '코바신'백신을 안전성 테스트 후 긴급사용승인 했다. 인도 보건부 발표에 의하면 중앙정부의 선제적 접근으로 코비실드는 1회 복용량당 200루피(약 3000원)로 가격을 협상했다. 코바신은 1회 복용량당 295루피(약 4500원)를 지불하게 된다.
코바신이 165만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550만회에 대한 비용은 1회 투여당 206루피로 낮아져, 출하 값이 한화 약 3100원으로 된다. 인도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큰 백신 생산 능력을 가진 것이 강점으로 저렴한 가격이 확립된 셈이다.

하지만 인도는 코로나 환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국가이다. 올 1월 16일에 백신 제공이 시작된 이래 첫 2주 동안 300만명의 의료 종사자가 백신을 맞았고 8월까지 3억명을 접종할 계획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국 내의 귀중한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대신 백신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것이 올바른 조치인지 의문도 제기했다. 또 수출되는 백신 양이 자국 내 투여되는 양보다 많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백신 외교 뒤에는 인도 의료시장의 전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많이 언급되다시피 인도는 '전 세계의 약국'으로 다수의 성공 사례를 가지고 있다. 표준 HIV 에이즈 치료제를 99% 이하의 가격으로 낮춘 것이 이 중 하나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인도가 2000년 HIV 에이즈 치료제 가격을 1만달러에서 현재 약 100달러로 낮추어 전 세계에 1400만명 이상을 치료하는 데 기여를 했다.

이는 인도가 2005년까지 국제무역규정에 따라 의약품 특허를 부여하지 않아 의약품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생산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특허법을 개정할 때 특허권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의무 라이선스 사용과 같은 공중보건 안전장치를 포함해 사람들의 생명을 제약사 이익보다 우선하기로 결정했던 것이 주효했다. 특허를 부여하지만, 혁신적인 의약품에 대한 지식재산보호를 제공하는 것과 합법적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유연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해온 것이다.
물론 현재 인도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미국, 유럽 연합 및 일본 등의 압력과 견제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공중보건 보호를 희생하고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더 많은 독점과 지식재산 보호가 옳은지는 많은 나라들이 직면한 국제적 과제다. 인도 정부가 이러한 압력에 굴복하면 향후 저렴한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심각하게 제한받을 수 있으며, 저소득층과 경제적인 의약품에 의존하는 치료 제공자들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질병 예방과 치료에서 단순히 수익적인 면보다 많은 이들이 효율적인 치료를 받게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서 선제적인 '국가의 역할'과 '국가 간 협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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