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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전세 소멸’ 현실로… 매물 90%가 월세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5 17:35

수정 2021.02.26 09:52

88.4%… 전년比 11.4%P 증가
임대차법 개정·보유세 강화 후폭풍
월세 전환 세금부담 임차인에 전가
강남 ‘전세 소멸’ 현실로… 매물 90%가 월세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과 부동산세 강화 여파로 빌라, 오피스텔, 연립 등 서울 강남구의 다가구·다세대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매물 비중이 90%까지 육박하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노골화되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저가 주택까지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만 악화되고 있다.

25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수도권 전월세 매물을 전수 조사한 결과 2월 현재 서울 강남구 원·투스리룸 월세 매물 비중은 88.4%까지 치솟았다. 전년동기 77% 대비 11.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전월세 매물 10개 중 약 9개가 월세인 셈이다. 같은 기간 서초구(59.4%→69.5%)는 10.1%P, 송파구(57.1%→73.3%)는 16.2%P 급등했다.


전국적으로도 월세 비중은 늘고 있다. 다방 앱에 노출된 수도권 다가구·다세대주택 전월세 매물 중 월세 비중은 지난해 2월 61.5%에서 올 2월에는 67.8%로 6.3%P 증가했다.

스테이션3 다방 사업마케팅본부 박성민 이사는 "강남3구를 중심으로 서울 주택의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임대차법 시행 이후 계약 기간이 사실상 4년으로 늘고, 보증금 인상폭은 제한되면서 주택 소유자들 사이에서 전세 매물을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원·투·스리룸의 월세 비중 확대와 더불어 아파트의 월세 비중도 크게 오르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거래량 통계에 따르면 전국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율이 지난해 1월 38.3%에서 지난 달 41%로 상승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는 같은 기간 26.8%에서 39.5%로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원인으로 '세금 강화'를 꼽았다.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보유세의 기준인 공시가격도 가파르게 오르자 늘어난 세금 부담을 월세 형태로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임대차법이 개정되며 장기간 목돈이 묶이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났다"며 "세입자를 위한 정책의 결과가 결국은 세입자를 월세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월세 시장은 보증금은 낮추고 월세를 대폭 높이는 현상도 뚜렷하다. 최근엔 1000만원짜리 월세까지 등장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최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0만원짜리 매물이 거래됐다. 업계 관계자는 "집주인은 월세로 세금을 충당할 수 있고, 세입자는 보증금을 아껴서 다른 곳에 투자한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아크로리버파크 단지 내 중개업소 대표는 "그 월세 매물은 실제로 나와있던 거고, 최근 거래까지 성사됐다"며 "해외 사업자, 기업 등 단기 거주가 필요한 곳들에서 보증금이 낮은 곳을 선호하기도 하고, 개인도 투자 목적 등으로 보증금이 낮은 매물을 찾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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